[기고/임장혁]무리한 북극항로 개척 재고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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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장혁 퀴네앤드나겔㈜ 이사
임장혁 퀴네앤드나겔㈜ 이사
지난해 11월 우리나라는 유엔 기후변화협약을 중심으로 설립된 녹색기후기금(GCF)의 사무국 유치에 성공하면서 건국 이래 최대 국제기구를 유치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후 국정과제에서 GCF 사무국 유치 후속 조치로 국제기구들과의 협력 주도 등 기후 문제 해결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여 국격 향상을 도모함과 동시에 기후재원 공여국의 입지를 확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정권은 GCF 사무국 유치와 같이 환경 관련 치적도 있는 반면 몇몇 정책은 이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불러오기도 하였다. 그중 하나가 ‘북극항로 상용화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한 북극항로 개척이다. 북극항로란 부산항을 출발하여 러시아와 미국 알래스카 사이의 베링 해협을 지나 북극을 가로질러 유럽으로 가는 새로운 바닷길이다. 인도양을 지나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기존 항로 대비 거리는 7000km가 단축되고 운항 기간도 30일에서 20일로 줄어든다. 이런 이유로 국내 수출 물류의 획기적인 전환점으로 조명 받은 북극항로는 당장이라도 새로운 실크로드의 역할을 할 것 같았다.

그러나 북극항로는 아직 일부 선사들이 시험 운항 중이거나 고려 중에 있고, 또한 북극 항해를 할 수 있는 것은 특수 건조된 유조선, 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등에 한정되어 있는 상황이다. 북극 항로는 2009년 최초로 2척의 광물 운반선이 이용한 이래 지난해는 46척이 이용하였는데, 이들 대부분이 해빙기에 운항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쇄빙선이 에스코트하며 녹지 않은 빙하를 제거해 주어야 했다. 지난해 국토해양부가 북극항로 시범 운항을 추진하였으나 무산된 이유가 이러한 쇄빙선 용선 비용으로 인한 손해 발생을 이유로 해운업계가 거부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해양수산부가 재추진하면서 국내 선사들의 참여로 8월 운항이 확정되는가 하였으나 또다시 연기됐고, 지난달 15일에야 종합물류기업인 글로비스가 스웨덴 선사로부터 용선하여 마침내 출항하였다. 그러나 이는 국내 선사의 최초 시험 운항이라기보다는 타국적 선박을 이용한 수송인 만큼 북극항로 운항 노하우를 습득할 기회였다. 경제성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북극항로와 관련된 과제는 추가적인 환경 파괴에 있다.

북극에는 고유한 생태종과 원주민이 공존하고 있으나 최근 수년간 해빙으로 인해 생존의 위협에 처한 상황이다. 선박 운항 중 사고 또는 불법으로 배출되는 폐수 및 기름은 유출 즉시 빙하에 굳거나 얼음 사이에 얼어붙어 방제작업 및 제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북극 최대의 위협이 되고 있다. 환경보호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커지고 있음과 더불어 국내외 선사들이 환경친화적인 기체를 지속적으로 도입하여 환경 보존에 대한 국제적 책임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무리한 북극항로 개척 추진은 재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임장혁 퀴네앤드나겔㈜ 이사
#GCF 사무국 유치#북극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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