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학사 핑계대지 말고 7종 교과서 오류 수정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일 03시 00분


교학사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비판하는 쪽 사람들은 이 책이 구한말 의병에 대해 ‘토벌’이라는 용어를 쓴 것을 들어 ‘친일 교과서’라고 공격한다. 그러나 이번에 함께 출판된 7종의 교과서 가운데 한 교과서도 ‘의병 토벌’이라고 표현했다. 천재교육이 펴낸 교과서는 ‘식민지적인 상황에서도 근대문명의 유입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의식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한반도에 X자형 간선 철도망이 완성됐다. 기차를 타고 중국과 러시아, 유럽까지 갈 수 있게 됐다’고 서술했다. 일본의 식민지배가 한국 근대화에 기여했다는 역사인식이다. 일본의 철도 부설은 한반도와 중국 진출을 노리고 이뤄졌다. 교학사 교과서가 친일이라면 이들도 같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교학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란 속에 다른 교과서에서도 심각한 오류가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인 문제가 대한민국 정통성에 대한 부정적 서술이다. 천재교육 교과서는 유엔이 1948년 한국을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라고 승인한 결의에 대해 ‘선거가 가능했던 38선 이남 지역에서 유일한 합법 정부’라고 서술했다. 북한을 포함한 것이 아닌 남한 내에서만 합법 정부라는 의미다. 하지만 당시 유엔 결의는 ‘한반도 전체에서 유일한 합법 정부’라고 분명히 규정했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축소하려는 의도적 왜곡이라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 1991년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에 가입하면서 사정 변화가 생겼지만 건국 당시에는 대한민국이 한반도에서 유엔이 인정한 유일한 합법 정부였다.

두산동아 교과서는 광복 직후 북한 인민위원회에 대해 ‘무상몰수 무상분배의 토지개혁을 단행하고 친일파를 처벌했다’고 썼으나 공산 체제인 북한에서 토지는 국가 소유다. 농민은 집단농장에서 생산한 농작물을 모두 국가에 바치고 배급을 받는다. 북한 정부는 첫 내각을 구성하면서 친일단체에서 활동한 홍명희 등 친일파 16명을 요직에 기용했음이 최근 밝혀졌다. 지학사 등 3개 교과서는 북한의 인권 참상 등에 대해서는 2∼4줄로 짧게 언급하는 데 그쳤다.

일부 세력은 교학사 교과서에 오류와 편향적 내용이 298군데 발견됐으며 이 가운데 사실관계 오류는 124군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나머지 7종의 교과서에도 중대 오류 이외에도 1997년 외환위기를 1998년이라고 잘못 적고, 독립국가연합(CIS)의 약칭을 CSI로 표기하는 등 단순 오류가 적지 않다.

7종 교과서 집필자들은 교육부의 수정 지시를 집단적으로 거부하고 있으나 교학사 교과서와 상관없이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는 것이 올바른 태도다. 교학사 교과서에도 상당수 오류가 발견되는 만큼 집필자들은 수정할 책임이 있다.
#한국사 교과서#교학사#친일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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