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찔했던 대구역 사고, 총체적 재점검 필요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일 03시 00분


그제 대구역 열차 사고는 무정차 통과하는 KTX 열차를 대기선로에 있던 무궁화호 열차가 미처 보지 못한 채 본선로로 진입하는 바람에 일어났다. KTX 열차가 탈선한 상태에서 반대 방향에서 오던 다른 KTX 열차가 멈추지 않아 탈선한 객차를 들이받는 2차 사고도 냈다. 4명 부상으로 그쳤기에 망정이지, 자칫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승객 1300여 명과 국민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당국의 조사 결과 본선로와 대기선로의 신호등을 혼동한 무궁화호 열차 기관사의 부주의가 결정적인 사고 원인이었다. 그렇더라도 역 현장과 관제실에서 무궁화호 열차의 운행을 통제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다. 사고 후에 반대 방향에서 오던 다른 KTX 열차가 멈추지 않은 것이나, 역 관제실에서 정차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번 사고도 안전 불감증이 빚은 인재(人災)로 볼 수밖에 없다.

열차 관제시스템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통상 무궁화호에는 기관사 2명을 배치해 운행과 관제 접수 등을 분담하는 게 원칙인데 언제부턴가 코레일 측이 인력 감축 등을 이유로 1명으로 줄였다고 한다. 대구역의 본선로와 대기선로의 신호등이 같은 크기로 함께 설치돼 있어 기관사가 착각할 수 있는 점도 드러났다. 대구역에서는 5년 전에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 작년 1월 서울 영등포역에서는 관제 오류로 KTX 열차가 역을 지나쳤다가 다시 후진해 승객을 태운 일이 있었다.

열차의 생명은 정시 도착과 같은 정확성과 안전성이지만 안전성이 최우선이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KTX 열차는 관계자의 사소한 실수나 기술적인 결함, 관제시스템의 잘못으로 엄청난 인명 피해를 초래할 수 있기에 아무리 안전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당국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종사자의 복무규정과 관제시스템에 대해 총체적 점검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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