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예산 없는 복지의 끝, 경기도 무상급식 지원 포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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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내년도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무상급식 예산을 전액 삭감하기로 한 것은 재원 없는 복지의 운명을 보여 준다. 경기도는 2014년도 예산 편성에서 올해 860억 원이던 무상급식 지원금을 없애기로 했다. 삭감되는 예산은 도교육청과 기초자치단체가 분담하는 총급식예산의 12%여서 급식이 당장 중단되지는 않겠지만 급식 대상이 줄고 질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자체의 수입원인 부동산 취득세율을 인하한 데다 지자체와 예산을 분담하는 방식의 무상보육을 밀어붙여 지자체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무상급식은 그나마 고정예산이지만 무상보육 예산은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내년 지방세 수입이 3000억 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무상보육(3000억 원) 등 추가 지출 비용은 5603억 원이나 된다. 어느 항목이든 세출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도 경기도가 무상급식 예산부터 없애는 것은 개운치 않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년 전 시장 직을 내걸고 ‘무상급식 반대’를 외칠 때 “경기도는 그냥 무상급식이 아니라 친환경 무상급식”이라며 무상급식에 찬성했다. 지금은 김 지사가 오 전 시장에게 뭐라고 말할지 궁금하다.

경기도가 무상급식 예산을 삭감한 것은 서울시와 마찬가지로 중앙정부를 상대로 한 ‘예산투쟁’의 성격도 없지 않다. 이미 박원순 서울시장이 무상보육 예산 분담 비율 문제로 중앙정부에 반기(反旗)를 들었다. 정부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현재 최고 4%인 부동산 취득세율을 영구히 낮추려 하지만 전국 광역단체장들은 반발하고 있다. 경기도가 앞장서 총대를 멘 형국이지만 다른 시도들이 언제 무상급식이나 무상보육 포기 선언을 할지 모른다.

불안한 지자체 재정은 정치권의 포퓰리즘과 예산 충당의 주체를 명확하게 하지 않은 정부 잘못도 크다. 그러나 지자체들도 불필요한 전시성 사업의 정리와 함께 건전재정 대책 수립과 복지의 우선순위 조정 등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 경기도가 이런 노력을 하고 급식예산을 삭감했는지는 따져 봐야 할 것이다. 이번 파동은 ‘복지 증세’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중앙정부에 반면교사다. 정부든 지자체든 복지는 세금이며, 예산의 뒷받침 없는 복지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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