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력 가뭄’에 언제까지 국민 절전만 호소할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6일 03시 00분


예년보다 길었던 장마가 막바지에 접어들고 한여름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곧 열대야가 시작되면 장마와 여름 휴가로 주춤했던 전력 수요는 다시 급증할 것이다. 당장 이번 주 전력 수급부터 비상이 걸렸다. 전력 당국은 원자력발전소 6기의 가동 중단으로 최대 전력 공급량이 7767만 kW에 그치는 반면에 전력 수요는 사상 최고치인 7870만 kW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걱정한다. 모든 전력 시스템이 갑자기 중단되는 블랙아웃(대정전) 사태가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상황이다. 원전이 추가로 고장이라도 나면 큰일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블랙아웃 사태를 막기 위해 어제부터 대기업과 백화점 등 전력 다(多)소비 업체의 전력사용량을 3∼15% 줄이는 강제 절전에 들어갔다. 한여름 블랙아웃이 초래할 국가적 피해와 불편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조치다. 관공서는 이미 강도 높은 절전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가정과 기업에서도 에어컨 덜 켜기와 냉방온도 조절, 쓰지 않는 콘센트 뽑기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국가적 절전 노력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국내 전기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는데 공급이 따르지 못하면서 여름과 겨울철만 되면 나라 전체가 전력 불안에 시달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에너지 소비효율을 높여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를 에너지 절감형으로 바꾸는 것은 늦출 수 없는 과제다.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전기요금을 점진적으로 현실화해야 전체적인 전력 수요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을 강화하고 원전 비리를 철저히 수사해야 하지만 원전만큼 전력 공급 능력과 경제성을 함께 갖춘 현실적인 대안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전력 공급을 적정한 수준으로 늘리려면 원전을 비롯한 발전소 건설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 달 초까지로 예상되는 여름철 전력 비상기(非常期)를 전체 국민의 절전 노력으로 잘 넘겨야 하지만 수요 관리와 공급 확대를 위한 제도 개혁에도 본격적으로 착수해야 한다. 해마다 산업체에 수천억 원씩 절전 보상금을 지급하고, 공무원이나 회사원들에게 비지땀을 흘리며 근무하게 하는 일은 더이상 없도록 해야 한다.
#전력 수요#블랙아웃#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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