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가사유상의 미소, 뉴욕에서 보면 안 되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7일 03시 00분


신비로운 미소를 머금은 채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국보 제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은 우리 문화유산 가운데 단연 수작으로 꼽힌다. 올해 10월 29일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박물관(메트)에서 개막하는 ‘황금의 나라 신라’ 특별전에 이 문화재를 출품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전시회에는 국보 83호 반가사유상을 포함해 국보 12점, 보물 14점 등 신라시대 문화재를 선보일 예정이다.

국보급 문화재를 해외로 반출하기 위해서는 정부 산하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문화재위원회는 찬성했으나 최종 허가권자인 변영섭 문화재청장이 반대하고 있다. 이 전시회를 준비한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국보 83호 반가사유상이 핵심 전시물인 만큼 빠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변 청장은 “반가사유상은 과거 8차례에 걸쳐 2년 4개월 동안 해외에 나가 있었다”며 “이번에는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 반출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책정한 이 불상의 보험 가액은 500억 원으로 국보 가운데 가장 높은 금액이다. 우리 문화재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보여준다. 모든 문화재가 다 소중할 터이지만 이 불상은 더 각별하게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문화재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람하도록 하는 일도 중요하다. 해외에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서도 활용해야 한다. 이 불상의 직전 외유는 2008년 벨기에 전시 때로 5년이 지났다. 뉴욕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문화의 중심이며 메트는 세계 굴지의 박물관이다. 이번 전시회는 한국을 널리 알릴 더없이 좋은 기회다.

해외 저명 박물관의 한국 전시실은 중국 일본보다 규모가 훨씬 작고, 관람객의 발길이 미치지 않는 구석진 곳에 있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들의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 전반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이 불상의 메트 전시회는 그런 한계를 극복하고 한국 문화재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외국에서도 자국(自國)을 대표하는 문화재는 해외에 잘 내보내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문화 홍보에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일본도 2009년 메트에서 열린 ‘사무라이 예술전’에 34점의 국보를 보냈다. 이번 기회에 문화재의 해외 전시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
#국보#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메트로폴리탄박물관#황금의 나라 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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