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문권모]가족사랑이 낳은 명품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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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이탈리아 남부 보니토. 소년은 가난한 집안의 14남매 중 11번째로 태어났다. 그가 아홉 살 나이로 학교를 그만둬야 했을 즈음의 일이다. 첫 번째 성찬식(아이들이 처음으로 영성체를 받는 의식)을 앞둔 여동생이 슬픔에 빠졌다. 가난 때문에 성찬식에 신고 갈 새 신발을 마련할 수 없어서였다. 소년은 버려진 가죽으로 밤을 새워 신발을 만들었다. 명품 중의 명품이라는 ‘페라가모’ 구두는 그렇게 탄생했다.

▷오누이 이야기 하나 더. 1913년 미국 시카고의 화학자 토머스 윌리엄스도 실연당한 여동생 메이블을 위해 무언가를 만들었다. 고생 끝에 그가 석탄가루와 바셀린을 섞어 만들어낸 게 세계 최초의 마스카라였다. 오빠의 발명품은 작은 눈이 콤플렉스인 여동생의 속눈썹을 풍성하고 아름답게 만들었다. 그 덕분인지 메이블은 결국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했다. 윌리엄스는 메이블의 이름에 바셀린의 ‘린’을 붙여 ‘메이블린’이란 브랜드를 만들었다. 오늘날까지도 세계 제일의 명성을 누리고 있다.

▷경기 고양시 대화동의 분식집 ‘알라딘 가족밥상’은 종편 채널A 프로그램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을 통해 유명해진 곳이다. 주인 김월선 씨는 중학교에 다니는 조카가 학업 스트레스와 교우관계로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착한 유기농 김밥’을 만들었다. 조카와 또래 아이들이 건강한 음식을 먹고 착하고 행복하게 자랐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다. 한 줄에 4000원짜리의 비싼 김밥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아토팜’의 박병덕 대표는 민감한 피부로 고생하던 셋째 아이(아들)를 위해 아토피 관련 제품을 만들어 결국 창업까지 하게 됐다.

▷가족을 생각해 만든 제품이 성공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최고의 성능과 안전성 덕택이다. 얼마 전 식재료 폐기물로 만든 ‘맛가루’(일명 후리가케)가 논란이 됐다. 그런데 경찰은 문제 상품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원료의 질은 낮지만 유해성이 없고 식중독균, 대장균 기준도 모두 식품에 적합하다”고 발표했다. ‘가족에게 먹일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했다면 어땠을까. 그런 제품을 만드는 사람도, 알쏭달쏭한 ‘과학적 조사결과’도 없었을 것이다.

문권모 소비자경제부 차장 mikemoon@donga.com
#페라가모#가족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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