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법은 언제까지 권력과 돈 앞에 무릎 꿇을 것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일 03시 00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경찰 소환을 세 차례 거부하고 어제 병실에서 조사를 받았다. 수석부장판사 출신 변호사의 부인 유모 씨는 사기 혐의로 구속된 이후 구속 집행정지 허가를 받아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달아나 1년째 잠적 중이다. 전직 경찰청장에게 금품을 제공한 건설현장 식당(함바) 브로커 유상봉 씨는 지난해 구속 집행정지 중에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여대생 공기총 청부 살해범인 대기업 소유주 부인 윤길자 씨는 형 집행정지로 수차례 풀려나 호화 병실에서 생활했다. 이런 일이 허다하니 법 위에 권력 있고 돈 있다는 말이 나온다.

경찰은 소환에 불응한 김 전 차관에 대해 건설업자로부터 성 접대를 받은 혐의로 체포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기각했다. 건설업자의 집에서 김 전 차관으로 의심되는 동영상까지 나왔으니 김 전 차관은 죄가 있든 없든 경찰에 나와 조사를 받고 소명하는 것이 도리다. 김 전 차관이 맹장 수술을 핑계로 경찰의 2차 소환에 불응한 것이 지난달 3일이다. 맹장 수술에서 회복되는 데 길게 20일을 잡아도 김 전 차관은 지난달 23일 이후에는 경찰에 출석할 수 있었다.

구속 집행정지는 검사의 의견을 참고해 판사가 결정한다. 형 집행정지는 전적으로 검사 권한이다. 구속 집행정지나 형 집행정지는 피의자 피고인 수형자의 인권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 부유하고 힘센 사람들의 ‘합법적 탈옥’을 보장해주는 수단이 아니다. 그런데도 돈과 권력이 전관예우를 매개로 끼어들어 부정과 불법이 판치는 제도가 됐다.

검찰은 윤길자 씨의 장기간에 걸친 호화 병실 생활이 문제가 되자 서둘러 수감하고 진단서를 발급한 병원 의사를 소환 조사했다. 진단서가 허위나 과장이라면 의사에게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형 집행정지 결정을 내린 검사에 대해서도 진단서의 진위를 충분히 확인했는지 조사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판검사가 똑바로 해야 의사도 잘못된 진단서를 낼 생각을 못할 것이다.
#검찰#성 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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