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박정훈]‘우시민’이 되려는 변희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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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사회부 차장
박정훈 사회부 차장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39)는 젊은 강경우파를 대표하는 논객이다. 그는 다른 우파논객에 비해 주장이 선명해 주목받는다. 진보를 ‘논리적 함정’으로 모는 기술도 탁월하다. 변희재는 지난해 11월 북방한계선(NLL)을 놓고 벌인 ‘사망유희’ 맞짱토론에서 서울대 미학과 12년 선배인 진보논객 진중권 교수를 ‘무차별 팩트 공세’로 무너뜨리면서 스타가 됐다. 진중권은 “준비가 부족했다”며 KO패를 인정했다. 논리 싸움에서 진보에 밀려왔던 우파 입장에서는 젊은 논객의 등장이 반가운 일이었다. 우파 사이트인 일간베스트(일베)에서는 “보수의 희망”이라며 그를 영웅시하는 시각도 있다. 26일 통화에서는 그 스스로도 “행동하는 20, 30대 보수가 일베를 통해 에너지를 폭발시키면서 내 입지도 커졌다”고 했다.

그동안 보수논객 시장은 척박했다. 미래가 불확실한 시장이었다. 뜨뜻미지근한 보수의 반응 탓이었다. TV 보면서 혀나 차는 보수를 대신해 싸울 맛이 날 리 없다. 그렇다 보니 젊은 논객이 뛰어들지 않았다. 논객도 장사가 돼야 먹고산다.

변희재는 자신의 전문성이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다고 분석했다. 그는 “연구를 통해 전문적 식견으로 논쟁하는 것이 토론의 본질이다. 말장난은 토론이 아니다. 언어의 구체성이 내 말과 글의 힘”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강준만 교수로부터 배운 ‘팩트주의’와 ‘실명 비판 원칙’을 지금도 고수하고 있다”고 했다.

변희재는 진보진영에서 ‘변절자’로 통한다. 실제 그는 대학 2학년 때 인터넷 진보언론을 창간했고, 노무현 정부 초기에는 친노 매체였던 서프라이즈에 글을 쓰며 밥벌이를 했다. 그러다 2003년 11월 열린우리당 창당과 함께 그와 친분이 있었던 김경재 한화갑 전 의원 등 옛 민주계가 버림받으면서 ‘우파의 전사’로 변신했다. 변절 논란에 대해 그는 “예나 지금이나 무당파다. 보수든 진보든 내가 가진 원천사상을 추구하는 쪽이 내 편”이라고 했다. ‘천재들이 넘쳐나는 레드오션(진보 시장)을 떠나 참신한 인재가 드문 블루오션(보수 시장)으로 돈벌이하러 왔다’고 평가절하 하는 시각도 있다.

독설도 논란이다. 그는 최근 한 TV 토론에서 5·18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로 표현했다. “역사적 재평가 여지가 남아 있으니 가치중립적으로 쓰는 게 맞다”는 주장이었다. 일베적 관점에 집착하다 일탈적 발언을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랐다. 토론 상대였던 이택광 교수가 “민주화 세력이 산업화를 인정하는 것처럼 민주화도 인정하라”고 한 말이 시청자에게 더 와 닿았을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는 “국민장으로 해서는 안 된다. 세금을 1원도 쓸 수 없다”고 했다. 방송인 낸시랭을 종북으로 공격했다가 “입에서 똥물이 튄다”는 말로 되치기당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관심 끌어 출세하려고 막말만 한다”고 그를 비판한다. 이슈가 될 만한 포인트를 잡아 독설로 주목을 끄는 전략을 쓴다는 것이다. 품격을 존중하는 보수에서도 “공격적인 말투가 거슬린다”는 평이 많다. 맞는 말도 싸가지 없게 한다고 욕먹었던 유시민 전 장관에 빗대 ‘우시민(우파+유시민)이 되고픈 사람’이라고 평하는 사람도 있고, 미국의 극우 성향 라디오 진행자인 러시 림보의 추종자로 보는 시각도 있다.

독설 비판에 대해 변희재는 “강자는 약자의 공격을 무시하기만 하면 쉽게 이길 수 있다. 독한 말로 공격해야 강자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했다. 주목받는 논객이 되기 위해 암기(暗器)를 쓸 수밖에 없었다는 해명이었다. 그러면서 “이제는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고 했다. 총질만으로는 큰 논객이 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는 듯했다.

변희재가 우파논객으로 한 단계 성장하려면 ‘장사꾼’ 굴레부터 벗어야 한다. 남의 아픔을 헤아리지 못하고 사회 통합을 해치는 언행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 건 우쭐한 마음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는 ‘반성적 사고’다.

박정훈 사회부 차장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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