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6·25는 ‘잊혀진 전쟁’ 아닌 살아 있는 전쟁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4일 03시 00분


내일은 일요일 새벽 4시 북한이 기습적으로 38선을 넘어 남침(南侵)한 지 63년이 되는 날이다. 2년여의 지루한 협상 끝에 유엔군 사령관과 북한군 사령관, 중국의 인민지원군 사령관이 서명한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일로부터는 60년이 된다. 6·25전쟁은 유엔 측 최대 참전국인 미국에선 ‘잊혀진 전쟁’이라지만 우리에겐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며 살아있는 전쟁이다. 우리의 경계심이 무뎌졌을 뿐이다.

북한은 예나 지금이나 6·25전쟁은 미국의 도발로 시작됐고 한반도 핵무장의 비극 역시 미국 때문이라는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 북한의 대외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어제 “미국의 침략이 없었다면 한반도는 평화지대가 된 지 오랬을 것이며 비핵화 문제는 상정조차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3년 만에 유엔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한 신선호 유엔주재 북한대사도 “정전협정 이후 60년 동안 모든 긴장 국면의 책임은 미국에 있다”며 “남조선에 주둔한 유엔군 사령부를 해체하는 것이 한반도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긴장 완화와 평화 및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적 요구”라고 강변했다.

북한은 아직도 6·25전쟁을 북침이라고 주장한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도 브루스 커밍스가 주창한 수정주의 이론이 한때 세를 떨쳤다. 6·25는 미국의 면밀히 계획된 사전유도에 의해 발생했으며 분단 고착화의 책임도 미국에 있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옛 소련의 외교문서가 공개되면서 6·25는 김일성이 소련 스탈린, 중국 마오쩌둥의 승인과 지원을 받아 일으켰음을 이제 양심 있는 학자라면 부인하지 못한다.

전쟁의 참화를 직접 경험한 세대가 점차 세상을 뜨면서 6·25전쟁에 대한 인식도 흐릿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가보훈처 조사에서 20대 이하 응답자의 23.2%가 6·25전쟁 자체를 모른다고 답했다. 최근 안전행정부 조사에서도 19세 이상 성인 남자 중 35.8%, 중고교생 중 52.7%는 6·25전쟁이 언제 일어났는지 모른다는 결과가 나왔다.

교육 현장에서는 현대사가 찬밥 신세가 된 지 이미 오래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한국사는 필수과목에서 제외됐다.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이 “한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해 학생들의 역사 인식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미래세대의 현대사 몰이해를 다소라도 시정하자는 충정일 것이다. 수능에 대한민국의 정체성 확립과 관련된 현대사 사건 중에서 몇 문제만이라도 꾸준히 출제하면 일선 교육 현장은 달라질 것이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는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오늘날 우리가 북한의 위장 공세에 쉽게 흔들리는 것도 6·25의 발발 원인과 역사적 의미를 망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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