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공기관장 인재, 캠프 아니면 낙하산 관료밖에 없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9일 03시 00분


청와대가 지난주 공모 중인 공공기관장 인사에서 관치(官治) 논란 소지가 있는 곳의 인선을 중단하고 후보자군(群)을 넓혀서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 실렸다고 한다. 금융기관 수장(首長)에 기획재정부 출신 ‘모피아’들이 잇달아 임명된 데 이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기업에도 관료 출신이 속속 내정되자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이명박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비판하면서 ‘MB맨’ 솎아내기에 주력했다. 금융계 ‘4대 천왕’을 물갈이해 임기가 남아 있던 강만수 KDB산은금융지주 회장과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퇴진시켰다.

그러나 금융계에 이어 다른 분야에서도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사장에 정창수 전 국토해양부 1차관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에 이재영 전 국토해양부 주택토지실장이 임명됐고,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에는 변종립 전 산업통상자원부 지역경제정책관이 결정됐다. 한 재계 인사는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겠다는 박 대통령의 뜻에 따라 청와대가 대통령선거 캠프 출신을 내려보내지 않자 무주공산(無主空山)인 자리를 관료들이 독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인사에 제동을 건 것은 시의적절하다. 인선이 한두 달 늦어지더라도 관료들이 요직을 싹쓸이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능력 있는 관료를 배제해서도 안 되겠지만 관료 일색은 곤란하다. 공정하고 투명한 인선을 통해 능력 있는 인재를 고루 등용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그동안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인사추천위원회나 공모 절차도 제구실을 하도록 정비할 필요가 있다.

낙하산 인사를 단칼에 없애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낙하산을 솎아낸 자리에 또 다른 낙하산을 내려보내는 악순환을 되풀이할 수는 없다. 이번 공공기관장 인선이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면 공정한 인사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좋은 모델이 될 것이다. 만약 결과가 신통치 않다면 또 ‘쇼’를 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박근혜정부는 공공기관장의 인선 기준으로 ‘국정 철학’과 ‘전문성’을 내세웠다. 국무위원이 아닌 공공기관장에 대해 ‘국정 철학’을 요구하는 것은 낙하산을 내려보내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비판도 없지 않다. 공공기관장 인사는 능력과 전문성을 더 중시하는 게 순리다. 이번에는 청와대가 묘수(妙手)를 찾아냈다는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공공기관장#캠프#낙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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