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대환 발탁 ‘수첩 인사’ 버리는 출발점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7일 03시 00분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에 김대환 인하대 교수를 내정했다. 김 교수는 노무현 정부 시절 노동부 장관을 지냈으며 명실공히 ‘노무현 정부 사람’으로 꼽힌다. 박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이 없는 그는 이념적으로도 박근혜정부와는 거리가 있는 진보적 노동경제학자로 분류된다. 예상 밖의 인사를 놓고 박 대통령 인사 스타일의 변화 여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내정자는 노동 문제에 대한 이해가 깊고 노사정 대화를 추진한 경험도 있다. 이념적 성향과는 별개로 노동부 장관 재직 시절에 대기업 노조가 주도하는 불합리한 노동계 관행을 비판하는 등 법과 원칙을 강조했다. 박근혜정부는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시간제 일자리 확대와 통상임금 문제 등 골치 아픈 노동 현안과 마주하고 있다. 노사정위의 활성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전문성 위주의 실용적 인사를 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하는 점은 인선의 방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러 사람이 김 내정자를 천거했고, 노사정 의견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분이라는 생각에서 어렵게 모셨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인사방식과는 사뭇 다르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주로 자신이 점찍은 인사들을 기용했다. ‘수첩인사’ ‘불통인사’라는 비판이 이를 말해준다. 그 바람에 자질과 능력 검증이 제대로 안돼 인사 사고(事故)가 빈발했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 이후 박 대통령은 인사 스타일의 변화를 다짐했다. 김 내정자 발탁은 박 대통령의 수첩에서 나온 인사가 아니다. 또 ‘적임자라면 어느 정권에서 일했건 개의치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때 국민대통합과 탕평 인사를 약속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었다. 대통령 직속의 국민대통합위원회는 한광옥 위원장만 내정했을 뿐 아직 출범조차 못했다. 일각에서는 김 내정자의 인사를 두고 박 대통령이 탕평 인사의 시동을 거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그 해석대로 이번 인사가 박 대통령의 폐쇄적인 인사 스타일을 바꾸고 국민 통합을 지향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수첩 인사#김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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