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3년 만의 기초생활보장 수술, 복지사각 없애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16일 03시 00분


박근혜정부가 김대중 정부가 만든 기초생활수급제도를 13년 만에 수술대에 올린다. 수급 기준을 바꿔 수급자를 대폭 늘리고 지금까지의 통합급여 방식도 맞춤형 개별급여로 전환하는 방향이다. 현 기초생활수급제도는 2000년 도입 당시만 해도 ‘나라가 가난을 구제하는’ 선진적 제도로 평가됐으나 시행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을 노출했다. 박근혜정부가 새로운 빈곤대책을 내놓은 것은 대선공약이기도 하지만 가정 해체와 고령화사회에 따른 시대적 요청이라 할 수 있다.

현 기초생활수급제도는 한번 지원 대상에 선정되면 생계 주거 의료 교육 자활 출산 장례급여 등 7가지 급여를 모두 받지만 수급 대상에서 탈락하면 모든 지원이 끊기는 ‘전부 아니면 전무(全無)’ 구조다. 중복·과다 지급 논란과 함께 탈락했을 때의 충격과 후유증도 컸다. 선정 기준도 너무 엄격해 일정 소득이 있는 자식이 있으면 급여 대상에서 제외했다. 소득이 있는 자녀가 드러나 수급 대상에서 탈락했으나 실제로 자녀의 도움을 받지 못해 자살하는 사건도 잦았다.

그제 사회보장위원회에서 윤곽이 드러난 맞춤형 복지는 현재 최저생계비(2013년도 4인 가구 월 155만 원)의 120% 이내로 하던 대상자 기준을 중위소득(소득 순으로 순위를 매길 때 정중앙소득) 50%(2013년도 4인 가구 월 192만 원)로 바꾼다. 이 경우 수급 대상자는 340만 명에서 430만 명으로 90만 명 늘어나고 대상자별로 각기 다른 급여를 받게 된다. 예컨대 집이 있는 기존 수급자는 주거급여를 삭감당할 수 있다. 그러나 사각지대(死角地帶)가 줄어들고 맞춤형 복지를 제공할 수 있어 복지체감도는 높아지고 사회통합에도 기여할 수 있다.

복지의 실현은 안정적인 재정 확보가 관건이다. 지난 정부들도 문제점을 몰라서 개혁하지 못했던 것이 아니라 엄청난 재정 소요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한 것이다. 이번 기회에 복지전달 체계도 효율화해 혜택이 가야 할 곳에 빠짐없이 가도록 해야 한다. 부정수급이나 유령수급, 공무원에 의한 복지자금 횡령 같은 누수(漏水)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이 복지를 체감하기 위해서는 복지전달체계의 모세혈관격인 복지담당 공무원의 서비스가 좋아져야 한다. 복지담당 공무원의 업무만족도는 복지 대상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복지업무가 지자체 일선 공무원에게 몰리는 소위 ‘복지 깔때기’ 현상은 꼭 개선해야 한다.
#기초생활수급제도#박근혜#김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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