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상갑]희귀-난치병 치료 대책… 줄기세포법 완화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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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갑 한국녹내장관리협회 회장
정상갑 한국녹내장관리협회 회장
줄기세포치료는 한국과학기술평가원에서 ‘고령화시대를 선도할 10대 유망기술’로 선정할 만큼 빠르게 고령화되는 우리 사회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경제적 중요성 외에도 줄기세포치료가 희귀·난치성 환자들에게는 유일하게 남아있는 희망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희귀·난치성질환이란 질병자 2만 명 미만인 질환을 말하는데 우리나라에는 현재 2000여 종의 질환, 50만 명의 희귀·난치성질환 환우들이 있다. 환자 수가 적다는 이유로 원활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하다 보니 정확한 발병원인 규명도, 적절한 치료 방법 개발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환우들에게 줄기세포 치료는 단순한 차세대 치료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줄기세포 분야에서 가장 우수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한국은 여러 가지 관련법들로 국내 치료가 불가한 실정이다. 그나마 경제적 여건이 되는 환자들은 해외로 나가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이에 수반되는 비용과 이동상의 피로를 감당할 수 있는 환자는 사실상 몇 되지 않는다.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 이유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국내 줄기세포 관련법에 있다. 법에 따르면 환자 몸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 바로 주입하는 것까지는 합법이지만 추출 후 배양이란 과정을 거치면 그 다음부터는 의약품으로 지정된다. 이렇게 의약품으로 지정되려면 3차에 걸친 임상시험 기간 10여 년을 기다려야 한다. 10여 년의 임상시험 기간은 희귀·난치성 환자들뿐만 아니라 환자 가족들에게도 심리적인 부담과 불안감을 안겨준다.

현재 우리나라 성체줄기세포 연구는 세계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광범위한 치료범위에 대한 특허뿐만 아니라 안전한 배양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줄기세포치료 기술을 이용해 희귀·난치성질환 치료에 효과가 입증된 사례도 다수 존재한다. 이렇게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정작 국내의 환자들은 성체줄기세포가 의약품으로 허가 받기 전까지는 어떠한 치료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미국 일본 중국의 경우 성체줄기세포가 체외에서 배양됐다 하더라도 의사의 판단하에 시술이 가능하다. 또 독일의 경우, 줄기세포치료제가 국내처럼 의약품으로 규정되어 있긴 하지만 일부 병원에서는 의사 판단에 따라 시술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다. 줄기세포치료 외에 다른 대안이 없는 경우를 위한 법적인 장치를 마련해 둔 것이다. 이렇게 많은 국가들이 점진적으로 줄기세포치료를 받아들이고 있으며 한시적인 치료법도 점차 개방하고 있다.

잠재적 부작용이 따를 수 있는 의약품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겠다는 보건당국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희귀·난치성 환자들은 이렇다 할 치료방법이 전무한 상태에서 아무런 대안도 없이 기약 없는 기다림을 강요받는 지금의 상황이 야속하기만 하다. 희귀·난치성질환 환우와 가족들이 투병의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도록 이들을 배려하는 줄기세포특별법 제정이 너무나 시급하다.

정상갑 한국녹내장관리협회 회장
#희귀병#난치병#줄기세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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