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곽노성]과학기술인들 흔들리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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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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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18대 대통령직인수위 교육과학분과 전문위원
곽노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18대 대통령직인수위 교육과학분과 전문위원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5대 국정지표 중 하나로 제시했다. 창조경제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개념은 상상개발(I&D)이다. 지금까지는 전문가들에 의한 기술 중심의 상품 개발이었다면 이제는 일반인도 참여해 아이디어로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아이폰의 출현과 함께 등장한 애플리케이션(앱)이 있다.

지금까지 개발된 많은 앱은 우리 실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 앱을 통해 내가 기다리는 버스가 언제 오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지하철 노선도 알 수 있고, 몇 번째 차량에 타야 환승 거리가 짧은지도 알려준다. 이러한 앱을 개발하는 데 고도의 프로그래밍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시중에서는 일주일만 공부하면 앱을 개발할 수 있다는 책까지 팔리고 있다.

포럼이나 세미나에서 이런 설명을 들으면 과학기술인들은 적잖이 당혹스러워한다. 이렇게 일반인들이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게 되면, 전문가인 과학기술인들이 해야 할 일이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 우려도 한다. 이는 상상개발이 곧 창조경제의 전부라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상상개발은 화두라는 말의 의미처럼 이야기를 풀어가는 출발점이지 창조경제의 모든 것은 아니다. 창조경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창의력과 상상력을 길러주는 교육,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는 과학기술, 현실화된 아이디어를 경제적 가치로 전환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라는 3대 축이 상상개발을 튼튼히 받쳐주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교육, 과학기술, 산업 분야는 상상개발을 뒷받침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교육은 의사, 변호사 등 안정된 직업을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입시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새로운 아이디어는 대학 진학에 방해가 되는 불필요한 것으로 치부되고, 위험 부담을 감수하겠다는 기업가 정신은 세상을 모르는 젊은이들의 치기로 받아들여진다.

기술 개발도 실패를 용인하지 않고 단기간 가시적 성과에 초점을 두다 보니 기존 제품의 개량기술에 치중하고 있다. 정작 다양한 제품에 적용하고 아이디어 구현에 필수적인 기반기술 개발은 매우 부족하다. 통섭적 융합연구와 개방형 혁신을 통해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기에는 연구기관의 장벽은 여전히 높고 산학연 사이의 협력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서는 교육, 과학기술, 산업 분야에서 당면한 문제를 하나씩 풀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해결 방안이 확정된 것은 조속히 시행하고, 아직 미흡한 부분은 빠른 시간 안에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통해 창의력과 상상력을 가진 인재가 양성되어야 하고, 상상한 것을 상품으로 개발할 수 있는 기반기술을 확보해야 하며, 벤처기업이 시장에 뿌리를 내리고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어야 한다.

특히 과학기술 분야에서 기반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아이폰이 앱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앱 개발자들이 레고 블록을 맞추듯 쉽게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개발도구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물론 개발도구는 일반인이 아닌 숙련된 프로그래머가 만든다. 한마디로 전문가들의 도움이 없다면 좋은 아이디어가 현실화될 수 없다.

과학기술인들은 창조경제에서 차지하는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긍심을 가지고 흔들림 없이 연구개발에 매진해 주었으면 한다.

곽노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18대 대통령직인수위 교육과학분과 전문위원
#박근혜 정부#창조경제#과학기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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