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신종 7계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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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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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레타리아가 잃을 것은 쇠사슬뿐이요, 얻을 것은 전 세계다. 전 세계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 1848년 발표한 ‘공산당선언’에서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생산수단을 소유한 부르주아(유산자)와 노동력밖에 팔 것이 없는 프롤레타리아(무산자)로 사회 계급을 양분했다. 이들이 살아나 현대 사회를 본다면 뭐라고 할까. 주식을 가진 노동자는 부르주아인가. 연간 수십억 원을 버는 연예인은 프롤레타리아인가.

▷공산주의 계급투쟁론에 사망 선고가 내려진 이후 상류층 중산층 저소득층이라는 사회적 계급 분류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경제위기, 사회의 분화, 정보통신기술의 부상과 함께 전통적 의미의 중산층 카테고리에 담을 수 없는 새로운 사회계급이 등장하고 있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는 심층 면접결과를 토대로 현대 영국 사회에 맞는 7계급 모델을 제시해 관심을 끈다.

▷신종 7계급은 엘리트, 안정된 중산계급, 기술적 중산계급, 부유한 신노동자계급, 전통적 노동자계급, 신흥서비스 노동자계급, 그리고 불안정한 프롤레타리아다. 이 모델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소득 재산 등 경제적 자본과 사회적 자본(직업) 외에 문화적 자본을 도입한 것이다. 예컨대 컴퓨터게임을 하느냐 아니면 스포츠를 하느냐, 클래식을 듣느냐 아니면 재즈를 듣느냐에 따라 계급이 달라진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취미가 싸구려이면 계급이 떨어진다.

▷지난해 한국과 프랑스의 상이한 중산층 기준이 인터넷에서 떠돌아다녔다. 한국의 중산층 기준은 대출 없는 30평 이상의 아파트, 월급 500만 원 이상, 2000cc 이상 승용차, 1년에 한 번 해외여행, 현금 1억 원 등 ‘돈’과 관련된 것인 반면 프랑스 기준은 외국어 1개 이상 구사, 악기 1개 이상 다루기, 남들과 다른 특별한 요리법, 불의에 일어서고 약자를 돕기 등 ‘문화’와 관련된 것이었다. BBC 모델에 따르면 물질주의적 가치관을 바꾸고 취향이 고급스러워지면 신분이 올라간다. 자신의 계급이 궁금하면 BBC홈페이지(www.bbc.co.uk)에서 간단한 설문에 응해보길 바란다. 다만 심각하지 않게. 심심풀이로.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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