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서광석]‘퍼 주기 식’ 다문화정책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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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광석 이주민사회통합지원센터 소장 · 인하대 다문화학과 겸임교수
서광석 이주민사회통합지원센터 소장 · 인하대 다문화학과 겸임교수
한국 사회는 이미 다문화사회에 진입했다. 2012년 말 현재 한국 내 체류 외국인 150만 명, 귀화자 10만 명, 결혼이민자 20만 명과 그 가정의 자녀 또한 18만 명을 넘어섰다.

다문화인의 지원을 위해 현재 시군구 단위로 운영되고 있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2012년 말 기준으로 전국에 200개가 넘고, 2013년도 국가 지원 예산은 430억 원을 넘는다. 하지만 2011년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이용률은 평균 36.1%에 불과하고, 이용률이 6.8%에 그친 곳도 있다.

다문화 관련 정책은 10여 개의 정부 부처에서 중복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남이 하니 우리도 한다’ 식의 정책으로 대부분의 다문화 관련 행사는 ‘그 나물에 그 밥’, ‘남에게 보여 주기’ 행사가 대부분이다. 늘 행사에 참여하는 이민자들만 이곳저곳 중복 참여하고, 거의 모든 행사는 퍼 주기 식으로 전락하고 있다. 또 부처 간의 보이지 않는 칸막이로 예산 낭비가 심각하다. 결혼이민자 출신인 이자스민 국회의원은 “다문화, 한부모가정 구분 없이 필요한 지원을 하면 되지 굳이 따로 센터를 만들 필요가 있는가, 일반 가정과 똑같은 정책을 적용하는 게 다문화가정을 돕는 길이다”라고 말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다문화 방문지도사들의 업무도 과연 타당한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임신이나 지병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데도 센터에 가면 나쁜 친구를 사귀고 가출할 수 있다는 식의 이상한 선입견 때문에 방문지도 분야에 많은 예산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장애인 및 거동 불편 어르신 등 국내 주민에 대한 복지 등과 비교해 보아도 내국인에 대한 역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대부분의 학자는 다문화가정 범위를 결혼이민자, 유학생, 외국인 근로자 가정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지원 대상은 합법 체류 결혼이민자 및 그 가정에 한정된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대부분 주거 밀집지역에 위치해 접근이 불편하고 공간도 협소하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의 규제로 정확한 이민 거주자들의 수와 현황 파악도 힘든 상태다. 지인이나 가족의 소개로 방문하는 이용자만 보호되고 관리되는 한계도 있다. 따라서 접근이 용이하고 문화공간을 갖춘 주민센터를 다문화지원거점센터로 선정해 운영하면 예산도 절감하고 효율성은 배가될 것이다. 거점 기관에 다문화전문사회복지사를 배치하고, 기존의 선주민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최대한 이용하며, 한국어와 한국문화교실을 추가함으로써 선주민과의 소통을 통한 진정한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역 내에 거주하는 한국사회 적응 결혼이민자 가운데서 국가별 보조 인력을 뽑아 특별 양성함으로써 다문화전문 사회복지사의 업무 도우미로 활용해야 한다. 그들을 통역과 멘토역으로 활용하면 예산도 절감할 수 있으며, 이용자의 신뢰도와 만족도도 상승할 것이다.

현재 전국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지원비 가운데 70∼80%가 인건비로 사용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예산 절감과 더불어 현재 위탁 운영 시보다 최소한 2, 3배의 고용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이를 위하여 우선 전국 3600여 주민센터 가운데 20% 정도인 720여 곳을 ‘다문화가족지원거점주민센터’로 선정해서 시범 운영했으면 한다.

서광석 이주민사회통합지원센터 소장 · 인하대 다문화학과 겸임교수
#다문화#다문화가족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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