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산업자원부 통상교섭권, YS 정부 땐 위헌이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5일 03시 00분


통상교섭권을 어느 부처에 줄지를 놓고 어제 외교통상부와 지식경제부(산업통상자원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설전을 벌였다.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통상교섭 기능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행사하도록 한 법개정안은 대통령의 외교에 관한 권한을, 교섭을 하는 개별 정부 부처가 나눠 행사하도록 위임하는 논리”라며 “우리 헌법과 정부조직법의 골간을 흔들어 대외관계에서 안정성과 일관성을 기할 수 없게 할 것”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외교부의 위헌 논리에 대해 지경부 당국자는 “헌법의 골간을 뒤흔든다는 외교부 논리는 헌법 73조에 규정된 조약 및 체결 비준권이 대통령에게 있다는 대통령 권한을 부정하는 처사”라며 “통상조약 체결을 외교부 장관에서 산자부 장관으로 옮기는 것은 법률 개정만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도 김 장관의 발언에 대해 “헌법에 어긋나는 궤변이자 부처 이기주의”라고 말했다.

원래 통상교섭권은 통상산업부(지금의 지경부)가 갖고 있던 것을 김대중 정부 때인 1998년 외교부로 넘긴 것이다. 외교부의 주장대로라면 김영삼(YS) 정부에서 통상산업부가 통상 권한을 행사한 것은 위헌(違憲)이 된다. 김대중 정부의 초대 통상교섭본부장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한덕수 무역협회장은 “부처 간의 칸막이만 없어지면 통상기능을 산자부가 가져가더라도 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같은 의견을 밝혔다.

외교부와 지경부만 싸우는 게 아니다. 정부조직 개편작업에서 힘이 줄어들거나 몸집이 작아지는 부처일수록 필사적으로 로비를 벌이고 있다. 친박계 이혜훈 전 의원은 “정부조직 개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부처들이 자료 공세는 물론이고 이런저런 줄을 대고 여야 의원들에게 부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인수위를 상대로 로비할 엄두를 못 냈던 부처들이 법안이 국회로 넘어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로비전에 나서고 있다. 해당 부처 출신 의원들과 학연 지연을 총동원해 부처의 생존 논리를 전파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어제 국회에서 6인 회동을 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만든 정부조직 개편안을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 위해 협의를 시작했다. 설 연휴를 감안하면 논의할 시간은 일주일 남짓밖에 안된다. 정부조직 개편이 부처 밥그릇 싸움으로 전락하면 피해를 보는 건 결국 국민이다. 국회는 행정의 효율과 국리민복(國利民福)만을 생각하며 정부조직개편안을 다뤄야 한다.
#통상교섭권#외교통상부#산업통상자원부#대통령직인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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