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核보다 무서운 무관심·무감각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5일 03시 00분


북한의 3차 핵실험이라는 시한폭탄이 째깍거리고 있다. 한국과 미국, 중국 등이 외교력을 총동원해 저지에 나섰지만 시간문제로 보인다. 2006년 10월과 2009년 5월의 학습효과 탓인지 3차 핵 실험을 하면 ‘중대한 조치(significant action)’를 하겠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2087호)나 최대 후원국 중국의 압박도 효과가 없는 듯하다.

북한의 핵 능력을 과장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북한의 핵개발이 거의 마지막 단계에 이른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북한이 1kt이었던 1차, 2∼4kt이었던 2차 플루토늄 핵실험 위력보다 한층 높아진 성능을 입증한다면 핵무기를 실전배치할 수도 있다. 플루토늄이 아니라 2002년부터 모으기 시작한 고농축우라늄(HEU)으로 핵실험을 할 수도 있다. 40여 kg의 플루토늄과 HEU를 이용해 핵무기를 양산한다면 북한은 ‘실질적 핵 파워’ 국가가 된다. 이미 사거리 1만3000km에 달하는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에 성공한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 기술까지 갖게 될 날도 머지않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공인(公認)할 수는 없지만 북한의 위협을 인정하고 선제타격을 포함해 북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국방정책을 새로 짜야 할 때가 됐다. 이대로 가다간 북한의 핵미사일이 서울 하늘을 덮쳐도 요격 수단이 마땅찮아 앉아서 당할 수밖에 없다. 1991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 이후 미국은 주한미군 핵무기를 전량 철수시킨 뒤 미군의 핵우산으로 ‘확장된 핵 억지력’을 제공하고 있지만 우리의 안보를 미국에만 맡길 수는 없다.

1, 2차 핵실험을 지켜본 국민 사이에는 “이번에도 별일 있겠나” 하는 불감증이 만연해 있는 듯하다. ‘어차피 핵은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논리는 허구다. 북한은 그런 약속을 한 적도 없고, 약속을 했다 쳐도 지키리라는 보장이 어디 있나. 통일 후를 생각하면 북한의 핵이 우리에게 손해는 아니라는 식의 접근도 안보 근간을 흔드는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어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핵실험 중단 촉구’는 그래서 의미가 크다.

북한과 국내 종북(從北)세력이 연계해 주요 정치안보 이슈와 관련한 북한의 주장을 확대 재생산해 온 사실이 본보 취재로 드러났다. 최근 범민련 남측본부는 북한의 주장에 동조해 “자기가 하면 인공위성이고 북이 하면 탄도미사일이라는 이상한 논리를 북은 당연히 용납할 수 없다”며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옹호했다. 이들은 ‘북방한계선(NLL)은 서해를 전쟁터로 만들려는 노골적인 전쟁기도’ ‘제주해군기지는 미국의 북침용 후방 핵기지’라는 북한의 주장도 여과 없이 옮겼다. 이런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들 중 일부가 표를 얻어 국회에 진출하는 것은 북한의 남한 주민에 대한 심리적 무장해제 작전이 먹히고 있다는 증거다.
#북한#핵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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