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송상근]팩트만 따라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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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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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근 교육복지부장
송상근 교육복지부장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자진 사퇴 소식을 들으면서 편집국 부장회의가 떠올랐습니다. 회의는 하루 다섯 번 열립니다. 여기서 동아일보 부장들은 지면에 대해 의견을 나눕니다. 기사의 비중, 내용의 정확성, 표현의 적절성을 논의합니다. 자기 부서는 물론이고 다른 부서의 사안까지 하나하나 따집니다.

최근 가장 큰 관심사는 인사검증이었습니다. 취재기자들의 보고가 올라올 때마다 김 후보자에 관해 어떻게 보도할지 고민했습니다. 새 정부 출범을 전후한 시기는 ‘허니문 기간’이라 하여 지나친 비판을 자제하는 국내외 언론의 암묵적 관행을 의식해서입니다. 여러 말이 오갔지만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있는 대로 쓰자고.

의혹 보도에 칭찬 비판 걱정 쏟아져

독자 여러분은 △두 아들 軍면제-증여, 청문회 쟁점으로(26일자 A1면) △장남 8세-차남 6세 때 서초동 674m² 땅 취득…증여세 탈루 의혹(26일자 A4면) △매입 전 법원서기와 땅 보러 갔었다(28일자 A1면)는 동아일보 기사를 읽으셨을 겁니다. 김 후보자에 대한 일련의 보도는 현장 취재→데스크 확인→부장회의 토론을 거쳐서 나왔습니다.

주말 이후 사내외의, 언론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잘한다는 의견과 심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박근혜 당선인의 신경을 동아일보가 너무 거스르는 거 아니냐는 얘기까지 들었습니다. 이 모든 칭찬, 비판, 걱정에 저희는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팩트(사실)만 따라갔다고.

하지만 언론 비평지인 ‘미디어오늘’은 다음과 같이 보도했습니다. “동아일보의 김용준 비판과 관련해 언론계에서는 다양한 평가와 해석이 나오고 있다. 가장 주목을 끄는 건 시장주의다. 매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치권력과 대립각을 세워야 장사가 된다는 걸 아는 상업주의 언론의 생존방식이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는 것.”

미디어오늘 기자는 동아일보와 공동취재에 나선 채널A의 기획홍보팀에 28일 오후 4시경 전화를 걸었습니다. “오늘은 좋은 걸로 여쭤보겠다”면서 질문했다고 합니다. 통화가 끝나고 20분 정도 지나서 이 매체의 웹사이트에 시장주의, 장사, 상업주의라는 주장이 들어간 기사가 게재됐습니다.

사실이 궁금해서 취재하고, 내용을 확인하고 토론하며 만든 특종을 시장주의, 장사, 상업주의라고 표현했습니다. 동아일보가 인사검증을 포기하면 뭐라고 비판할지 궁금합니다. 보수언론이 보수정권의 편을 든다고 하지 않을까요. 박근혜 정부의 눈치를 본다거나, 종합편성채널의 새 당근을 기대하며 침묵한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후배들은 추운 날씨 속에, 주말을 반납하며 취재했습니다. 대부분 사회부의 막내입니다. 이렇게 인사검증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동아일보의 DNA입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그러니까 1993년 김영삼 정부 출범 전후의 조각(組閣)검증에서 시작된 전통입니다.

인사검증 보도는 언론의 책무

당시 동아일보 보도로 청와대 정책수석비서관 내정자는 정식 발령 전에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법무부 장관은 취임 9일 만에, 서울시장은 취임 1주일 만에 물러났습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이 펴낸 ‘한국을 뒤흔든 특종’에 실린 내용이기도 합니다. 국회의 인사청문회는 동아일보 조각검증 이후에 생긴 제도입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2년에 두 명의 국무총리 서리(장상, 장대환)가 낙마하는 데도 동아일보를 포함한 언론의 검증보도가 영향을 미쳤습니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다룬 영화 ‘대통령의 사람들’에서 딥 스로트(Deep Throat)가 말합니다. Follow the money! 대통령 참모의 지시로 민주당 선거사무실에 도청장비를 설치하다가 붙잡힌 이들의 자금을 계속 따라가라는 조언입니다. 현직 대통령 사임이라는 특종의 출발이었습니다. 저희는 팩트만 따라가겠습니다.

송상근 교육복지부장 songmoon@donga.com
#김용준#국무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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