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 리모델링, 여야가 예산으로 뒷받침하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1일 03시 00분


2011년 5월 ‘9·11테러’ 주모자 오사마 빈라덴 사살작전을 지휘하던 미국 백악관의 상황실 사진은 미국식 실용주의를 잘 보여준다. 백악관 지하 벙커는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주요 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숱한 결정을 한 곳이어서 ‘워룸(war room)’으로 불린다. 백악관 참모들은 대통령 집무실인 웨스트윙 안에서 함께 근무하기 때문에 빈라덴 사살작전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주요 참모들은 신속하게 이곳에 모여 작전을 지휘했다.

주요 선진국들은 업무 효율 위주로 최고지도자와 참모들의 사무실 공간을 배치한다. 프랑스는 대통령과 주요 측근 집무실이 엘리제궁 2층에 모여 있다. 영국은 다우닝가 9, 10, 11번지에 총리와 내각 주요 인사를 입주시켰다. 대통령의 집무실이 구중궁궐(九重宮闕) 같아서는 대통령과 참모들이 원활하게 소통하기 어렵다.

한국의 청와대는 대통령실장과 핵심 참모의 사무실이 대통령 집무실에서 차로 5분,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어 상호 접근성과 업무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 청와대 재배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1991년 비서동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세운 청와대 본관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역대 대통령들은 건물 재배치를 추진했지만 국회에서 예산을 얻지 못해 흐지부지됐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임기 초반부터 대통령이 가장 효율적으로 보좌진과 소통할 수 있도록 공간 재배치 작업에 나설 필요가 있다.

청와대 터는 25만 m2나 된다. 대통령 혼자 덩그러니 떨어져 있는 현재의 본관에 대통령실장과 신설되는 국가안보실장, 홍보수석비서관 등을 입주시켜 대통령과 수시로 현안을 논의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안전진단 결과 붕괴위험 수준 판정을 받은 비서동 건물의 재건축도 불가피한 만큼 이번에 본관에서 100m 떨어진 빈터에 새로운 비서동을 짓는 것도 고려해봄 직하다.

북한의 안보위협이 여전하고 중국과 일본이 군비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반도의 특성을 고려할 때 위기상황은 예고 없이 닥칠 수 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과 같은 준(準)전시상황에서 결단의 순간이 몇 분이라도 늦어질 경우 국민의 생명이 희생될 수 있고 국가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청와대 리모델링에 드는 비용보다는 대통령이 비서실과 더 잘 소통함으로써 생기는 기대이익이 훨씬 크다. 새 정부는 청와대 리모델링 계획을 수립하고 국회는 관련 예산을 통과시켜 주는 것이 옳다.
#청와대 리모델링#국회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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