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영원]위안부 문제, 전방위로 日 압박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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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원 외교통상부 한일청구권협정 대책 자문위원 전 주네덜란드 대사
김영원 외교통상부 한일청구권협정 대책 자문위원 전 주네덜란드 대사
새해가 시작됐지만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은 아직도 멀어 보이기만 한다. 우리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여전히 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에는 위안부 소녀상에 말뚝테러가 가해지는 등 어느 때보다 서글픈 한 해였다.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과 배상 문제는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 협정의 해석과 밀접히 관련돼 있다. 일본 정부는 이 문제가 협정 및 합의의사록에 따라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이 문제가 청구권 협정 교섭 당시 논의된 바도 없고 양국 모두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도 없었으며 더욱이 위안부 문제와 같은 반인도적 불법행위는 양국 간 재정적, 민사적 채권 채무 문제를 다룬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1996년 쿠마라스와미 보고서와 1998년 맥두걸 보고서 등 유엔 인권위원회 보고서도 위안부와 같은 인권 침해 문제는 청구권 협정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이런 배경 아래 우리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8월 30일 위안부 문제가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되었는가에 대한 양국 간 입장 차는 분쟁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이 분쟁을 협정의 분쟁 해결 조항에 따라 우선 외교적 경로를 통해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성과가 없을 경우에는 다음 단계인 중재에 회부하도록 결정을 내렸다. 이후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에 두 차례에 걸쳐 외교 교섭을 할 것을 공식 요청하는 한편 정상회담 및 외교장관회담 등 계기를 이용해 일본의 적극적인 자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무성의로 외교 교섭을 시작도 못하다 보니 이제는 헌재 결정대로 다음 단계인 중재에 회부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 같다. 중재는 분명 일본에 대한 유용한 압박 수단임을 정부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중재 카드의 사용 시점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중재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책임과 배상 문제가 1965년 협정으로 해결되었는지를 판단하는 것일 뿐 우리가 승소하게 되더라도 책임 인정, 배상 등 우리의 요구 사항들이 자동적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중재 카드를 사용하면서 동시에 일본의 책임과 배상을 이끌어 낼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양국 접촉 때마다 일본에 국가 차원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도록 계속 촉구하는 한편 국제 인권단체들과의 연대 및 유엔 인권회의 등에서의 문제 제기를 통해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가을 제67차 유엔 총회에서 우리 외교통상부 장관은 전시 성폭력은 인간의 존엄성과 고결함에 대한 모욕이라고 지적하며 위안부 문제를 거론했다. 또한 정부 내에 대책팀을 설치하고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하기 위해 각계 인사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도 개최해 오고 있다.

올해는 위안부 문제의 분수령이 되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 국제법을 위반한 국가의 행위에 국가 책임이 성립하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국가도 개인과 마찬가지로 잘못할 수 있으며 잘못했다면 이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도리다.

김영원 외교통상부 한일청구권협정 대책 자문위원 전 주네덜란드 대사
#위안부#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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