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숨 돌린 쌍용차, 이젠 경제논리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2일 03시 00분


쌍용자동차가 무급휴직자 455명을 전원 복직시키겠다고 그제 발표했다. 회사 측이 ‘상반기 중 무급휴직자를 복직시키겠다’던 약속을 지킨 것이다. 비록 적자는 계속되고 있지만 신차(新車) 투자 등으로 최근 일거리가 좀 생긴 결과다. 쌍용차에는 455명의 무급휴직자 외에도 희망퇴직자 1904명, 정리해고자 159명 등 퇴직자가 2000여 명 더 있다. 하루빨리 회사를 정상화해 이들도 복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쌍용차 경영진과 노조, 그리고 이번에 먼저 복직하는 455명에게 주어진 엄중한 숙제다.

중국의 상하이자동차가 2009년 쌍용차 경영 포기를 선언한 후 법정관리인이 새 주인을 찾기 위해 단행한 인력 구조조정을 끝내 거부한 사람들은 정리해고됐고 그 일부가 지금 서울시청 옆 대한문 앞에서 천막 농성 중이다. 한진중공업처럼 쌍용차도 해고자를 전원 복직시키라는 것이 이들의 요구다. 해고자 농성과 정치권 외압이 기업을 굴복시킬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경영을 호전시키고 회사를 되살릴 수는 없다. 쌍용차의 경영 여건이 좋아지고 재(再)고용 여력이 생겨 퇴직자가 복직하는 방식이라야 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사는 ‘윈-윈 게임’이 된다.

쌍용차의 최대 주주인 인도의 마힌드라그룹은 지난해 2900억 원에 이어 최근 9억 달러(약 9500억 원)를 더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투자 효과로 일거리가 늘어나면 희망퇴직자 정리해고자 순으로 재고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쌍용차가 경쟁력을 되찾아야만 정리해고자들도 ‘미래가 있는 회사’에 복직할 수 있다.

일부 정치권과 노동계는 ‘회사 측이 조작된 재무제표를 근거로 정리해고를 했으므로 해고는 원천무효’라고 주장하며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이 주장은 금감원 검사와 법원 판결을 통해 근거 없음이 이미 밝혀졌다. 며칠 전 쌍용차 직원 류모 씨가 ‘해고된 동료들이 신차 발표행사에 가서 시위를 해 영업을 방해하는 모습이 통탄스럽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을 기도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쌍용차 직원 4800여 명과 노조는 정치권과 외부 노동계의 움직임에 격앙돼 있다.

쌍용차 문제는 쌍용차에 맡겨 경제논리로 풀어야 한다. 우격다짐으로 해고자를 밀어 넣다가 기업이 어려워지면 현재 일하고 있는 근로자들의 일자리까지 위태로워진다. 정치권과 노동계 등 외부 세력도 쌍용차 흔들기를 멈추고 경영 정상화를 도울 방도를 찾아야 한다. 상하이차는 철수 후 “쌍용차의 (옛) 노조 때문에 경영을 할 수 없었다”고 떠들고 다녔다. 이로 인해 중국에서는 한국 투자 기피증이 확산됐다. 만약 상하이차가 그랬던 것처럼 마힌드라까지 쌍용차를 포기하고 떠난다면 그때는 누구에게 복직을 요구할 것인가.
#경제#쌍용#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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