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무제]즐거운 수학·과학이 답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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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무제 울산과학기술대 총장
조무제 울산과학기술대 총장
최근 과학기술계의 관심이 노벨상 수상자에게 쏠려 있다. 지난해에도 수상자를 내지 못한 우리나라는 생리·의학상 수상자(야마나카 신야 교토대 교수)를 배출한 일본이 부럽다는 반응과 함께 우리는 왜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일본이 16명이나 과학기술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동안 우리나라는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원인으로 이공계 지원 정책의 미비, 연구과제 관리 체계의 문제 등을 꼽는다. 연구자 관점에서는 이런 이유가 크겠지만 나는 조금 더 근본적인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초·중등 수학·과학 교육 문제다. 우리 학생들은 수학·과학 학업 성취도가 세계 최고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수학·과학이 즐겁다거나 자신 있다고 대답하는 학생은 거의 없다. 이처럼 학교 공부를 열심히는 하는데 즐겁지는 않은 현실이 이공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만들어 가지 않나 생각한다.

우리나라 초·중등 수학·과학 교육은 대부분 주입식·암기식 수업이 주를 이뤘다. 시험을 잘 치르기 위해 공부하지만 배우는 내용이 실제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 수 없으며, 가르쳐 주지도 않아 재미가 없다. 한창 호기심과 활동력이 왕성한 아이들에게 직접 체험하고, 배우는 내용이 실생활에 어떻게 쓰이며, 장래 진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가르쳐 준다면 수업에 흥미를 느끼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최근 초·중등 융합인재교육(STEAM)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는 우리 대학 디자인인간공학부 교수에게서 정부가 융합인재교육과 수학교육 선진화를 통해 이런 방향으로 초·중등 수학·과학교육을 바꾸려는 노력을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 교수도 체험·탐구·실험 위주의 수업모델과 이를 장래 직업으로까지 연결하는 내용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수학·과학교육의 수업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라 하겠다.

울산과학기술대학교(UNIST)는 미래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한 역량이 창의와 융합임을 인식하고 창의성과 융합적 소양을 기르기 위해 융합연구를 활성화하고, 이공계 학생들에게 부족한 인문학·사회과학·예술 부문이 충분히 보완될 수 있도록 독특한 학부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연관 산업과의 관련성이 높고 융합의 시너지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를 묶어 학부를 구성한 것이다. 모든 학생이 전공 없이 입학한 후 전공 트랙 및 계열 간의 융합이수 확대를 위해 2개 트랙 이수를 의무화했고, 모든 교수는 2개 이상의 학부에 소속되도록 의무화해 소속 간 융합화를 꾀하고 있다. 신입생들은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융합 과정을 접하면서 당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과정에 적응해 나간다.

재능이 있는 사람이 열심히 하는 사람을 이기지 못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 한다. 2008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난부 요이치로 시카고대 교수는 “초등학교 과학시간이 가장 재미있었다”고 했다. 체험·탐구·실험 중심의 STEAM 교육을 통해 재미있고, 즐겁게 수학·과학을 공부한 미래의 인재들이 이공계로 진학하면 이공계 기피의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되고 나아가 노벨상 수상의 싹을 틔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무제 울산과학기술대 총장
#노벨상#수학#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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