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당 비대위, 반성 위의 개혁이라야 미래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0일 03시 00분


대선 패배 후 진로를 놓고 고심하는 민주통합당이 어제 합의 추대 형식으로 5선(選)의 문희상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했다. 당장 고강도 개혁을 추진할 혁신형 인사보다는 정식 당 대표를 뽑을 전당대회까지 안정적으로 당을 관리할 적임자를 선택한 셈이다. 대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쪽에 비대위원장을 맡기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문 위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밑에서 첫 비서실장을 지냈지만 대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친노로는 분류되지 않는다. 민주당에 쏠린 국민의 시선이 따가운 만큼 문 위원장의 어깨가 무거울 것이다.

민주당은 작년 총선에 이어 대선까지 큰 선거에서 연거푸 패배했다. 총선과 대선 모두 “질 수 없는 선거에서 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자신의 공약과 비전, 역량으로 승부하기보다는 야권 연대나 후보 단일화 같은 정치공학에 매달렸던 것이 1차 패인으로 꼽힌다. 과거 새정치국민회의와 새천년민주당은 중도개혁을 표방하고 중도층을 껴안아 외연을 넓혔다. 새누리당은 이번 대선에서 과거 민주당에 몸담았던 인사들을 다수 끌어들이고 유신독재 정권 피해자들의 지지까지 얻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친노 특유의 고질적인 편 가르기와 편협한 역사인식을 청산하지 못했다. 심지어 노 전 대통령의 치적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제주 해군기지 건설마저 반대했다.

민주당은 안철수 씨와의 후보 단일화에 목을 매면서도 정작 안 씨가 강조한 새 정치나 정치 개혁에는 소극적이었다. 자기 개혁과 자력갱생(自力更生)으로 국민에게 비전과 신뢰를 주지 못하고 선거 때만 되면 구원투수가 나타나기만을 고대하는 정당은 수권(受權)의 희망이 없다. 민주당은 종북좌파 세력과의 연대도 마다하지 않아 중도성향의 유권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2030세대 위주의 공약과 선거운동은 5060세대의 반감을 샀고, 영남 후보를 내세워 영남 표도 많이 얻고 호남 표는 싹쓸이하겠다는 전략은 다른 지역의 반감과 결집을 불렀다. 전반적으로 반성과 비전의 부재, 전략적 실패, 후보 단일화 과정의 감동 부족 등이 대선 패배 요인으로 꼽힌다.

민주당은 철저한 개혁을 통해 신뢰받는 정당, 책임 있는 야당, 합리적인 진보세력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래야 이 나라의 민주주의도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 당 일각에서는 “정체성과 노선은 물론이고 당명과 당 색깔, 심지어 당사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외양보다는 내용의 변화가 필요하다. 비대위는 개혁에 나서기에 앞서 무엇이 잘못됐고, 무엇이 부족했는지 당 차원의 반성문부터 써야 한다. 그 바탕 위에서 뼈를 깎고 살을 도려내는 고통을 감수하는 개혁에 나서야 성공할 수 있다.
#민주통합당#비상대책위원장#문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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