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보다 미국이 더 챙기는 북한 어린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4일 03시 00분


미국 상하원이 외국에서 유랑하는 탈북 어린이들을 구호하기 위한 ‘2012 북한 어린이 복지법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법안은 미 정부에 북한을 탈출한 어린이들이 머물고 있는 국가를 상대로 무국적(無國籍) 문제를 해결하도록 권고했다. 한국 정부와 공동으로 가족상봉이나 입양을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라는 내용도 들어 있다. 미 의회가 미국 한국 중국을 향해 ‘국적 없는 미아’ 신세로 인간 이하의 삶을 살고 있는 재중(在中) 탈북 어린이들을 살리기 위해 나서라고 요청한 것이다.

미 의회는 2004년 북한인권법을 제정한 이후 줄기차게 북한의 인권 개선을 촉구했다. 중국 땅을 떠도는 탈북 어린이들에게 구호의 손길을 내미는 미 상하원 의원들의 행동은 인권이 인류 보편의 소중한 가치임을 다시 일깨워준다. 같은 민족이지만 북한 주민과 탈북자에 대해 미 의회만큼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우리 국회가 부끄러울 따름이다.

중국 거주 탈북자들은 언제 체포돼 북송될지 모르는 공포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어린 나이에 북한을 떠났거나 중국에서 태어난 탈북 2세 어린이들의 운명은 더욱 비참하다. 탈북 어린이는 물론이고 중국인에게 팔려간 북한 여성이 낳은 아이도 중국 국적을 얻지 못해 교육 의료 등 모든 혜택에서 제외된다. 탈북자 구호단체들은 어린이 탈북자와 탈북 2세가 수만 명에 이른다고 추정한다. 중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한국으로 온다 해도 ‘비보호 탈북자’로 분류돼 정착 지원에서 배제되고, 북한이탈주민보호법의 혜택도 받을 수 없다.

그제 채널A는 쓰레기통에서 찾은 음식물 찌꺼기로 배를 채우고 거리에서 잠을 자는 북한 혜산시 꽃제비들의 비참한 모습을 방영했다. 김정은 체제 1년이 넘었지만 북한 주민들의 고단한 삶은 여전하다. 북한이 체제 유지를 위해 아무리 단속을 강화해도 탈북 행렬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2005년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처음 북한인권법안을 발의했지만 7년째 아무런 진전이 없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북한 인권 외면이 역사에 죄를 짓는 것임을 통감해야 한다. 북한민생법안이라는 이름의 물타기 법안을 발의해 북한인권법안 채택을 무산시킨 민주통합당도 각성해야 한다. 탈북자들의 인권을 외면하는 것이 진보인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북한 인권법을 제정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제시하고 해외 탈북민 보호와 강제북송 방지를 다짐했다.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북한 주민의 인권을 챙기지 못하는 부끄러운 현실 타파에 앞장서야 한다.
#북한 어린이#북한 주민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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