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허승호]아베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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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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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양적완화에 이어 일본의 ‘아베노믹스’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환율전쟁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총선에서 압승해 26일 총리에 취임하는 아베 신조 일본 자민당 총재는 “윤전기를 쌩쌩 돌려 돈을 찍겠다”는 표현까지 썼다. 1% 인플레를 고수하는 중앙은행에 대해서는 “더욱 공격적으로 통화정책을 완화하고 연간 인플레이션 목표 2%를 달성하라”고 압박했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무제한 금융 완화’로 요약되는 ‘아베노믹스’다. 아베 정권은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 총재의 임기가 내년 4월 끝나면 인플레에 찬성하는 인사로 교체할 예정이다.

▷미국의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아베 총리가 내세웠던 ‘일본을 되찾자’는 구호도 군사나 영토 문제보다는 경제에 집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록 자민당이 압승했지만 반대 정파의 난립 탓이 크며 정당지지율은 20% 정도에 불과한 현실에서 논란의 소지가 많은 군사적 목표에 집중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아베 정권이 돈을 풀면 엔화 환율이 뛴다. 엔저(円低)다. 현재 달러당 83엔대인 엔화 환율이 내년 말쯤 90엔대로 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양적완화로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는 미국과 충돌한다.

▷미일 양국이 정말 환율전쟁으로 간다면 큰일이다. 환율전쟁은 상대방 수출 몫을 빼앗아 오는 ‘제로섬 게임’이다. 세계 경제에 긍정적 효과는 거의 없이 오히려 무역전쟁을 일으켜 교역을 위축시킨다. 두 차례 세계대전을 촉발한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선·후발 선진국 간 무역전쟁이었다고 보는 학자들이 많다. 환율전쟁의 폐해는 워낙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미일 양국이 쉽게 그 함정에 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한국 수출기업에 피해가 예상된다. 그렇다고 우리가 인위적인 환율 인상에 뛰어들 수는 없다. 고환율이 수출에 기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 내수부양 효과는 크지 않다. 사실 우리 기업은 너무 오랫동안 고환율 정책에 길들어 왔다. 100엔당 원화 환율만 봐도 1980년대 초 300원대, 1990년대 초 500원대, 2000년대 초 1000원대였지만 2010년대 들어 1200∼1500원 수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수출기업도 자생적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 환율에만 기대면 미래가 어둡다.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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