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복지공약 재원 대책의 불편한 진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2일 03시 00분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그제 열린 경제 분야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경제민주화, 복지 확대, 일자리 창출을 강조했다. 두 후보의 약속은 대동소이(大同小異)했고, 이행 속도의 차이가 눈에 띌 정도다. 복지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재원이 필요하지만 두 후보 모두 증세를 말하는 데는 소극적이었다. 불필요한 재정 지출을 줄이고 조세 감면을 정비하면 재원 조달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선거철의 단골 주장이다. 하지만 재정 누수(漏水)가 어디에서 이뤄지며 어떤 세목을 정비해야 복지 재원을 충당할 만한 예산 보전이 이뤄질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박 후보는 공약 실천을 위해 임기 중에 135조 원이 추가로 필요하고, 문 후보는 192조 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건전재정포럼은 각 당이 밝힌 증세 방안을 감안하더라도 복지 공약 이행에 새누리당은 5년간 연 8조 원, 민주당은 24조5000억 원의 추가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박, 문 후보가 재원 조달 계획을 내놓지 못한다면 ‘지킬 수 없는 공약’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다. 이 때문에 의료비와 연금 지출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국가부채 증가 속도도 심상치 않은 수준이다. 박, 문 후보가 이 문제를 해소할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재원이 불분명한 복지 확대만 외치니 선심성 공약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은 모두 7% 성장을 공약했지만 못 지켰다. 애초 지킬 수 없는 공약이었다. 박, 문 두 후보도 막상 당선되고 나면 공약을 실행에 옮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약을 지키겠다고 나서면 더 큰 재앙이 올 수 있다. 국채를 발행할 경우 국가부채가 급증하며, 세금을 걷을 경우에도 갑자기 커진 정부 지출이 민간의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키면서 민간의 경제활동에 악영향을 준다. 이른바 구축(驅逐)효과(crowding-out effect)다. 이렇게 되면 경기침체로 감소된 세수(稅收)는 더 고갈된다.

충분한 검토 없는 공약은 집권 후 부메랑으로 돌아와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 공약 이행을 하려다 경제와 민생은 더 꼬이게 된다. 공약이 공약(空約)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공약을 이행하는 척만 할 경우에도 문제는 크다. 이런 전시성 지출은 그야말로 낭비로 끝나며 정책 불신, 정치 불신은 깊어진다. 유권자들도 어떤 후보의 공약이 더 허황된지, 경제와 민생에 부담이 클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복지공약#재원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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