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문자메시지 탄생 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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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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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미안해….” 실연한 젊은 여성이 술을 마시고 오전 3시에 헤어진 연인한테 이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다음 날 그녀는 낯선 남자의 전화를 받았다. 남자는 다짜고짜 고함을 질렀다. “도대체 당신 누군데 우리 집을 쑥대밭으로 만든 거야!!” 아차 싶었다. 너무 취해서 잘못된 번호로 문자를 보낸 것이 화근이었다. 남자의 아내가 메시지를 먼저 보는 바람에 대판 부부싸움을 벌였다. 한 줄의 문자메시지로 시작된 평지풍파는 이틀 뒤 막을 내렸다. “해결됐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남자의 문자메시지와 함께.

▷회의 중이거나 간단히 용건을 전할 때 혹은 말로 하기 쑥스럽고 어색한 감정을 표현할 때 흔히 휴대전화의 단문메시지 서비스(SMS)를 쓴다. 세계인이 음성통화 대신 즐겨 사용하는 SMS는 1992년 12월 3일 탄생했다. 영국의 컴퓨터 엔지니어 닐 팹워스가 PC를 이용해 지인의 휴대전화에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문자를 전송한 것이 시초였다. 2년 뒤 핀란드의 휴대전화회사 노키아가 상용화했고 이후 이동통신사의 주요 수입원으로 떠올랐다. 문자메시지는 이미지 영상 음악을 곁들인 멀티미디어 메시지 서비스(MMS)로 진화했다.

▷카페에 가면 옹기종기 모인 젊은 남녀들이 아무 말도 없이 손가락만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문자메시지는 사람들이 만나고 소통하는 풍경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다. 크고 작은 소식과 연락도 문자메시지가 대신한다. 연인사이의 만남과 이별도 문자로 이뤄지는 시대다. 세계적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전남편 케빈 페더라인과 헤어지면서 문자메시지로 이혼을 통보해 입방아에 올랐다. 손가락이 부어오르는 ‘문자메시지 통증’이란 신종 질환도 등장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거리 유세에 못지않게 젊은 층을 겨냥한 ‘카-페-트’ 유세전의 열기가 높아졌다. 카-페-트란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의 머리글자를 딴 말이다. 박근혜 후보의 경우 43만 명, 문재인 후보는 29만 명의 ‘카톡플러스친구’에게 문자를 비롯한 동영상과 사진을 보낸다. 세계적으로 전통적인 SMS 사용이 감소했지만 6000만 명이 넘는 가입자를 거느린 한국의 카카오톡처럼 다양한 무료 문자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문자메시지의 파워가 커질수록 ‘접속’보다 ‘접촉’에 대한 그리움은 커질 것 같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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