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철수의 만능열쇠 ‘국민의 뜻’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2일 03시 00분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는 그제 한 토론회에서 “(내가) 야권 단일후보로 선택된다면 민주통합당을 중심으로 다양한 국민의 지지를 모아 선거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 측은 “민주당 입당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지만 안 후보는 민주당을 숙주(宿主)로 삼아 대통령 권력을 잡아보려는 내심을 드러냈다고 해석된다.

안 후보는 두 달 전 대선출마 선언에서 “두 가지 조건(정치권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 국민의 동의)이 갖춰지지 못했기 때문에 단일화 논의가 부적절하다”고 했다. 그러더니 한 달쯤 지나 “국민이 원해 단일화 과정이 생긴다면 거기서 이겨 끝까지 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달 5일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게 “단일화 회동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 사이에 안 후보가 언급한 정치권의 진정한 변화가 이뤄졌는가.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18일 대표직에서 전술적으로 물러난 것이 단일화 조건의 충족일 수는 없다. ‘국민의 동의’라는 정치적 수사(修辭)로 감싼 단일화가 ‘새 정치’는 아닐 것이다. ‘새 정치’는 간 곳 없고 안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승리할 묘수만 찾고 있는 모습이다.

안 후보의 ‘국민 타령’은 정도가 지나치다. 그는 대선 출마 여부를 놓고 저울질할 때도 ‘국민’, 대선 출마를 선언할 때도 ‘국민’, 야권후보 단일화에 나설 것이냐는 물음에도 ‘국민’, 야권후보 단일화에 나설 때도 ‘국민’, 단일화 룰 협상을 할 때도 ‘국민’을 말했다. ‘국민’이나 ‘국민의 뜻’이 안 후보의 마스터키(만능열쇠)처럼 느껴질 정도다. 지금 이 나라에 ‘하나 된 국민의 뜻’이 있기나 한가. 설사 같은 지지층이라 하더라도 사안에 따라서는 의견이 다를 수 있다. 그래서 무턱대고 국민 운운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기회주의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가지도자는 여러 갈래로 나뉜 국민의 뜻 속에서 진정 국가 장래를 위해 바람직한 방향을 찾아내 스스로 선택하고 결단하면서 뜻이 다른 국민을 설득하고 이끌어가야 한다. 자신의 ‘답’이 없이 허구한 날 막연하게 국민의 뜻을 따르겠다는 것은 무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모른다는 뜻이 아니고 무엇인가. 안 후보가 매사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밝히지 않는다면 어떻게 유권자들이 선택을 할 수 있겠는가.

‘안철수 현상’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자양분으로 성장했다. 안 후보가 ‘새 정치’라는 화두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이유였다. 그런데 지금 안 후보가 보이고 있는 행태들을 보면 ‘현상’은 떨어져 나가고 권력을 지향하는 ‘안철수’만 남는 모양새다.
#안철수#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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