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허문명]단일화에 목매는 야권 486들의 위기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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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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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명 오피니언팀장
허문명 오피니언팀장
‘오바마 대통령 재선 이후 미국의 미래’를 주제로 칼럼을 쓸 필자를 섭외하다 재미(在美) 한국인 정치학자로부터 흥미 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이번 미국 대선의 승패를 갈랐던 것은 이념도 정책도 아닌 ‘백인의 소수화’였다고 진단했다. 이 학자는 “미국은 더이상 백인의 나라가 아니다. 공화당은 이대로 가다가 영원히 집권할 수 없으리라는 강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미국 내 많은 전문가들도 2040∼2050년엔 백인이 소수인종이 된다고 관측하고 있다. 비영리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는 이번 대선에서 오바마에게 80% 지지를 보낸 소수계(히스패닉+흑인+아시아계)는 현재 총인구의 37%이지만 2050년엔 절반이 넘는 51%가 될 것이라 추정했다. 현재 63%인 백인은 47% 또는 50%로 급감한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8일자에서 마이크 머피 미 공화당 전략고문의 말을 빌려 “공화당 내에서 (인구)숫자를 중시하는 ‘수학자’와 전통적 가치를 고집하는 ‘성직자’들 간에 일종의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공화당 지지자들이 모여 있는 18개주는 이번 대선 후 “미연방에서 독립시켜 달라”는 인터넷 청원까지 했다고 한다. 우리는 어떨까. ‘유권자 구성의 변화’는 한국도 정치지형을 바꾸는 큰 변수가 될 것 같다. 다름 아닌 ‘고령화’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2000년에 ‘고령화 사회(65세 이상이 인구의 7% 이상)’로 진입했으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2026년에 초고령사회(20% 이상)가 될 것이 확실시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60년이 되면 한국이 42개 주요국 중 가장 늙은 국가 2위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50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20년엔 46%로 절반에 육박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번 대선의 경우 5년 전보다 유권자 비중이 20대는 21.0%에서 18.5%로, 30대는 22.8%에서 20.3%로 떨어졌다. 40대도 22.5%에서 21.5%로 줄지만 50대는 15.5%에서 18.9%, 60대 이상은 18.2%에서 20.7%로 늘어난다. 역대 대선에서 4050세대가 2030세대보다 많아진 것도 이번 대선이 처음이다.

특히 2002년 16.4%였던 60세 이상 유권자는 이번 대선에서 20.7%로 40대에 이어 가장 많은 분포를 차지한다. 5년 뒤인 2017년에는 24.5%가 돼 세대 분포 1위가 된다.

본래 투표율이 높았던 5060세대는 앞으로 수(數)까지 늘어 시간이 갈수록 이들 손에서 결판이 날 것이다. 50대 이상 장년층의 정치성향은 기본적으로 현실의 엄중함을 알기 때문에 뜬구름 잡는 공약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희구세력이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투표시간 연장까지 주장하면서 2030투표율을 올리고 싶어 하는 것은 나름대로 절박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최근 야권(野圈) 사정에 밝은 486정치인들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인구구성 변화에 따른 대선이 화제에 오르자 한 인사가 이렇게 말했다. “486정치인들이 단일화에 목을 매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노무현 정권에서 신뢰를 잃은 486정치인들 사이에는 이번에 정권교체를 성공시킨 후 국민의 인정을 받지 못하면 정치무대에서 대안세력으로서의 자격을 영영 잃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그러므로 단일화를 성사시킬 뿐 아니라 단일화 협상에서 자신들의 ‘동지’인 문재인 후보로의 단일화를 기필코 이뤄내려 할 것이다.”

허문명 오피니언팀장 angelhuh@donga.com
#대선#야권단일화#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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