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성제]동남권 발전은 미래를 위한 초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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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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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제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BN그룹 회장
조성제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BN그룹 회장
15∼17세기 유럽 국가들은 ‘대항해(大航海)시대’를 열며 강대국으로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결국 바다가 근대 발전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 셈이다. 우리 경제의 발전 과정에서도 수산업과 해운산업이 초석이 됐다.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명제는 빈말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1996년 해양수산부를 신설한 것은 앞으로 다가올 21세기 해양경제시대, 해양문명시대를 준비하는 뜻깊은 결정이었다고 본다. 하지만 2008년 2월 해양수산부는 폐지됐다. 해양 업무는 다시 각 부처로 흩어졌고 ‘해양 강국 건설’이란 국가 어젠다는 힘을 잃어 갔다. 중요한 미래 성장전략을 없애 버린, 시대를 역행하는 처사라고 비판받을 만하다.

국토해양부의 2011년 예산 중 해운·항만 부문 예산은 1조6042억 원이다. 2010년의 1조8523억 원에 비해 무려 13.5%나 감소했다. 2009년의 2조1245억 원에 비하면 24.5%나 줄었다. 한때 무섭게 치고 올라가던 우리 해양력은 지금 동북아 국가 가운데서 최하위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문제는 앞으로다. 특히 해운물류의 대혁신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는 북극(北極)항로를 선점하는 데 해양수산부의 부재는 치명적이다. 북극항로는 한국의 동남권이 글로벌 물류 허브로 발전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지만 이를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은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1위인 조선 산업을 기반으로 세계 해양플랜트시장을 석권해 나갈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5대양을 누비고 있는 우리의 원양산업, 수산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수산유통시장을 장악할 잠재력도 우리에겐 있다. 이처럼 좋은 조건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이를 국가 성장동력으로 키워 갈 해양수산부의 부활은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고 또 시급하다.

한편 하늘 길을 잡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21세기 고부가가치 물류 핵심은 항만과 공항을 연계한 ‘시 앤드 에어포트(Sea & Airport)’다. 그래서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김해공항의 가덕도 확장 이전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전략적 포석이다. 동남권만의 지역적 현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제 개발이 거의 끝나 동아시아의 대표적 국제무역항으로 거듭난 가덕도 부산신항과 새로이 확장 이전될 가덕국제공항이 연계된다면 대한민국의 동남권은 동북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물류 허브로도 성장할 수 있다.

가덕도는 24시간 운영이 가능하고 소음 피해와 난기류로부터 자유롭다. 또 내륙에 비해 건설비용도 훨씬 적게 든다. 최적의 입지조건을 갖고 있는 셈이다. 세계적인 성공 사례인 인천국제공항 건설 과정에서 우린 이미 많이 배웠다. 게다가 항만과의 연계를 통한 엄청난 시너지효과까지 생각한다면 김해공항의 가덕도 이전은 더 미룰 수 없는 사안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부동항(不凍港) 블라디보스토크를 동북아 물류 거점으로 선점하려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북극항로 개통을 염두에 둔 절묘한 포석이다. 중국도 동북 3성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가장 유리한 조건을 갖춘 우리는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동북아의 큰 흐름 속에서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부산과 동남권이 해야 할 역할은 크다. 국가의 미래를 염두에 둔 지혜로운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성제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BN그룹 회장
#동북아#해양수산부#동남권 신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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