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이진녕]소리가 나는 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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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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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녕 논설위원
이진녕 논설위원
작년 5월 ‘집권여당 대표가 5개월마다 바뀌는 나라’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노무현 정권 때부터 칼럼을 쓸 시점까지 거쳐 간 여당 대표들의 평균 재임기간을 근거로 한 것이다. 그 이후 여당인 한나라당에 홍준표 대표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들어섰는데, 공교롭게도 두 사람 다 꼭 5개월 만에 교체됐다. 물론 교체 이유는 서로 다르다.

새누리 朴후보 리더십 바뀌어야

여당 대표의 잦은 교체는 기본적으로 여당의 숙명적인 처지 때문이다. 야당과 달리 여당은 공격수가 아니라 수비수다. 연간 두 번의 재·보궐선거와 국회의원 총선거, 지방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성적표에 따라 당이 요동을 친다. 사실상 대통령과 여당이 한몸이라, 대통령에게 향하는 비난의 화살까지 여당이 대신 받아야 한다. 대통령책임제이기에 망정이지 여당 대표가 총리가 되는 내각책임제였다면 국정 최고 지도자가 5개월마다 바뀔 뻔했다. 세계에서 총리 교체가 가장 잦은 편이라는 내각책임제의 일본도 총리의 평균 재임기간은 1년 2개월이다.

새누리당의 황우여 대표가 들어선 것이 올해 5월이다. 지금이 10월이니 ‘5개월 공식’에 따르면 대표가 바뀔 때가 됐다. 우연의 일치인지, 얼마 전 새누리당은 한바탕 난리를 치렀다. 지도부가 바뀔 뻔한 상황이었지만 최경환 대선후보 비서실장이 대신 화살받이로 나선 덕에 살아남았다. 하지만 대선전(戰)의 사령탑인 선대위에서 별 역할을 못하게 됐으니 실제론 살아도 산 것이 아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당에서 터져 나오는 시끄러움은 국민에게 부정적으로 인식된다. 무슨 고상한 주제를 놓고 다투는 소란이기보다는 대개 내부 권력투쟁이나 계파갈등으로 촉발되는 것이니 그럴 만도 하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혐오를 키우는 요인 중 하나다.

그러나 역발상으로 보면 시끄러움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열이나 콧물, 재채기가 나는 것이 우리 몸의 이상(異常)을 알려주는 신호이듯 정당의 시끄러움도 마찬가지다. 이상이 있는데도 아무 신호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이다.

나는 새누리당이 4·11총선에서 승리한 것도 시끄러움의 덕이 컸다고 본다. 작년 12월 한나라당은 3재(災)에 시달렸다. 무상급식으로 상징되는 복지의 덫에 걸려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한 데다 선관위 디도스 공격과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까지 겹쳤다. 국민의 돌팔매가 쏟아졌고, 김성식 정태근 의원이 탈당하면서 당은 와해 직전의 위기에 처했다. 구조조정 역(役)을 떠맡은 박근혜 비대위 체제는 아예 한나라당을 갈아엎고 새누리당을 세웠다. 총선 때까지 몇 달간 시끌벅적했다. 박근혜 개인의 자산가치에 더해 요란스러운 면모 일신이 국민에게 새로운 기대감을 주었다.

새누리당은 이번에도 시끄러움 뒤끝에 선대위 출범을 통해 새로운 면모를 보여줬다. 그러나 대선이 코앞인지라 이번엔 임시 미봉의 성격이 짙다. 당 구성원들의 체질과 박 후보의 리더십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분란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정당 없는 무소속 후보는 불안

새누리당에 비하면 민주통합당은 좀 답답한 모습이다. 이해찬 대표-박지원 원내대표-문재인 대선후보 간의 담합 논란에다 대선 경선 과정에서 심한 잡음까지 불거졌는데도 지도부는 끄떡없다. 일주일 전 박준영 전남지사가 지방의 당원 단합대회 연설에서 ‘당 쇄신’을 언급하자 박 원내대표는 “그만해”라고 가로막았다. 참여정부 실패에 대한 진지한 반성도 없다. 자신감이 넘치기 때문인가, 아니면 변화에 둔감한 것인가.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민주당의 ‘정당후보론’ 주장에 정당 쇄신이 우선이라며 “어처구니가 없다”고 반격했다. 정당이 시끄럽든 답답하든, 그래도 대선후보에게 정당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대선#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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