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朴 후보의 빈자리 바라보며 질타한 조순형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1일 03시 00분


정계원로 조순형 전 의원이 그제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가 주최한 ‘국민대통합을 위한 정치쇄신 심포지엄’에서 박근혜 대선후보와 새누리당 사람들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청중은 새누리당 국회의원과 당원 등 100여 명이었다. 박 후보는 인사말만 하고 다른 일정 때문에 곧바로 자리를 떠 조 전 의원의 따끔한 말을 직접 듣지 못했다.

조 전 의원은 “박 후보의 대선 가도에 적신호가 켜진 근본 원인은 1인 지배체제와 박 후보의 리더십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선 경선이 박 후보의 독주로 5년 후의 차기 대선주자를 배출하는 장(場)이 되지 못했고, 박 후보가 후보 수락 연설에서 새누리당보다는 ‘저 박근혜’를 강조했으며, 최근의 과거사 사과가 새누리당이 아니라 박 후보 개인 차원에서 이뤄진 점을 지적했다. 새누리당이 공당(公黨)의 모습이 아니라 박 후보 개인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질타였다.

조 전 의원의 쓴소리가 아니더라도 최근의 새누리당 내홍(內訌)도 박 후보의 인사 스타일과 리더십에 뿌리가 있음을 알 사람은 다 안다. 박 후보는 2인자를 두지 않고 일대일로 비밀스럽게 일을 챙기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그리고 박 후보가 ‘부르면 중용이고 안 부르면 퇴출’이라는 식의 불안이 권력 주변에 감돈다. 당 지도부나 주요 직책에 있는 사람들도 박 후보의 눈밖에 날까 봐 ‘눈치만 10단’이라는 말이 나온다. 활발한 토론과 자발성 창의성이 살아 있어야 건강한 조직 문화다. 새누리당은 허우대만 컸지 아이디어도, 기동성도 경직된 조직으로 퇴화했다는 것은 지금 비밀도 아니다.

조 전 의원은 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동생 지만 씨는 이윤 추구 활동을 중단하고, 올케 서향희 변호사는 연봉 1만 원을 받고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법률 봉사활동을 하라고 당부했다. 가까운 친인척 관리가 절실하다는 주문이다.

박 후보는 다른 일정을 미루더라도 조 전 의원의 고언(苦言)과 조언(助言)을 직접 들었어야 했다. 박 후보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은 정부 부처 과장급의 직언에까지 귀를 열어 국정 수행의 지혜를 얻었다. 동서고금의 숱한 예를 보더라도 ‘이미 내가 다 안다’는 독선과 측근들의 맹목적 충성에서 헤어나지 못한 지도자는 반드시 무너졌다.

조 전 의원은 새누리당의 인적쇄신론과 관련해 “당 최고위가 독자적인 결론을 내려야지 왜 박 후보의 눈치를 보고 심기만 살피느냐”고 일갈했다. 의원들에게는 “무기력하고 소심하다. 의원 전원이 전사(戰士)가 돼라”고 요구했다. 박 후보를 필두로 새누리당 사람들이 조 전 의원의 충고를 행동으로 구현할 때 위기 타개의 길이 열릴 것이다.
#조순형#새누리당#박근혜#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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