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의자놀이’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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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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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공지영의 최근작 ‘의자놀이’는 ‘첫 르포르타주’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그는 2004년 사형수들을 인터뷰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쓰고, 2009년 한 청각장애학교의 성폭행 사건을 추적해 ‘도가니’를 쓴 이후 첫 르포르타주로 쌍용자동차 해직 노동자들의 사연을 다룬 ‘의자놀이’를 썼다. ‘우리들의…’가 실화에서 영감을 얻어 쓴 소설이라면 ‘도가니’는 실화를 바탕으로 쓴 팩션(faction)이고, ‘의자놀이’는 실화 자체를 지향하는 르포르타주다.

▷르포르타주의 생명은 현장이다. 르포르타주를 쓰기 위해서는 작가가 현장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공지영은 쌍용차 사태의 가장 치열한 현장이었다고 할 수 있는 2009년 77일간의 파업에 없었다. 파업을 하는 측과 막는 측의 격심한 폭력 대립을 촉발한 원인에 대해서는 양측의 견해가 엇갈린다. 현장에 대한 기억이 있다면 어느 한편의 주장에 휩쓸리는 것을 막아줄 텐데 불행하게도 공지영에게는 그런 기억이 없다. 그런데도 그는 일방적으로 한편의 말만 전달하고 다른 편의 말은 아예 듣지 않았다. 그것은 르포르타주가 추구하는 정신이 아니다.

▷책 표지에는 ‘77일간의 뜨거운 파업의 순간부터 22번째 죽음까지, 작가적 양심으로 써내려간 공지영이 쓴’이라는 광고문구가 있다. 쌍용차 사태를 직접 보지 못한 공지영은 대신 죽은 22명의 사연을 파헤치는 르포르타주를 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지도 않았다. 22명 중 자살자는 12명으로 줄어든다. 자살자 중에서는 무급휴직자 부부 한 쌍과 정리해고자 한 명, 희망퇴직자 두 명 정도의 사연만 비교적 소상히 나온다. 죽음은 그 하나하나가 귀중한 것인데 나머지 죽음은 숫자로만 거론됐다. 쌍용차 사태와 무관한 죽음까지 포함시킨 그 숫자가 크게 과장됐기 때문일 것이다.

▷공지영은 르포르타주를 쓰기로 결심한 지난해 쌍용차의 새 소유주가 인도 마힌드라사라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런 그가 복잡한 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까지 분석하면서 쌍용차의 자산 가치를 일부러 낮게 평가해 정리해고 인원을 늘리고 헐값 매각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 논란은 금융감독위원회 등의 조사로 이미 문제없음으로 결론이 난 것이다. ‘의자놀이’는 르포르타주가 아니라 정치적 팸플릿이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하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공지영#의자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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