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진핑 미스터리가 보여주는 중국 정치의 후진성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3일 03시 00분


차기 중국 지도자로 내정된 시진핑 부주석이 12일째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내부 행사는 물론이고 1주일 새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 등 외국 지도자와 약속했던 4차례 면담을 줄줄이 취소했다. 와병과 교통사고설(說)을 넘어 권력투쟁에 따른 차기 최고지도자 교체설까지 나온다. 5년마다 중국의 차기 지도자를 선출하는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는 10월에 개최하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시 부주석의 공백 사태로 당 대회 일정을 결정하는 중앙정치국 회의도 열리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는 “관련 소식을 제공할 것이 없다”며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중국 정치제도의 후진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중국 정부는 인터넷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검색 엔진에서 ‘톈안먼 사태’ ‘파룬궁’ ‘티베트’ 같은 단어를 치면 연결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국경을 무시로 넘나드는 시대에 차기 최고지도자의 신병과 관련한 정보 통제가 완벽하게 성공할 수는 없다. 3억 명이 넘는 중국인이 SNS 계정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적 이슈가 된 시 부주석 관련 사실을 감추려 할수록 SNS를 통해 루머가 번지고 언론의 추측보도도 증폭될 것이다.

중국의 집단지도체제는 정치적 혼란을 억제하고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소득이 높아지고 국제사회 견문이 넓어질수록 중국인들은 밀실(密室)에서 최고 권력자를 선출하는 제도에 만족하기 어려울 것이다. 중국은 5세대 권력이양을 준비하고 있어 북한의 3대 권력세습보다는 진전된 제도를 갖췄지만 공산당 최고위 간부들의 내부합의만으로 새 지도부를 꾸리는 방식은 21세기 주요 2개국(G2) 위상에 어울리지 않는다. 태자당 공산주의청년당 상하이방 등 유력 세력들 간의 권력 다툼에 실망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중국의 정치 불안은 커질 것이다.

세계 주요국들은 지도자의 신병과 관련한 정보를 내외에 투명하게 제공한다. 죽(竹)의 장막을 치고 감추는 중국의 태도는 이른바 ‘투명성의 불균형’이다. 중국은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발발 사실을 은폐하다가 초기 대응에 실패해 상황을 오히려 악화시키고 이웃 나라에 피해를 주었다. 중국이 명실상부한 세계 지도국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이런 불투명성을 해소해야 한다. 지금처럼 낡은 정치체제로는 중국의 성장도 머지않아 한계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중국#시진핑#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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