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과거사와 독도, 일본의 ‘국가理性’을 촉구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6일 03시 00분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8·15 경축사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양국 차원을 넘어 전시(戰時) 여성인권 문제”라며 일본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한국과 일본이 미래지향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불행했던 과거를 진심으로 반성하는 정치적 결단이 나와야 할 시점이다. 미국 캐나다 유럽의회 등 전 세계가 인정하는 ‘군 성노예’ 강제행위를 일본 혼자만 아니라고 우기며 책임을 회피하려 들고 있다. 일본은 역사적 진실을 외면하지 말고 한국 정부의 요구에 성실하게 응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양국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독도는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의 영토이고 실효적인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다. 일본의 각료와 정치인 50여 명이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로 맞대응하고 나선 것은 유감이다. 민주당 정권 출범 이후 주변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피하기 위해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스스로 어긴 것이다. 1905년 독도의 시마네 현 강제 편입을 자성하는 목소리가 일본 사회에서 나온 적도 있지만 지금은 문부과학성까지 나서 독도 및 역사왜곡을 부추기고 있다.

일본 정부는 과거사에 대한 일왕의 사과를 요구한 이 대통령의 발언을 트집 잡아 “예의를 잃은 발언”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국가 존엄성을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를 거론한 것에 대한 신경질적인 대응이다. 일본 우익단체들은 차량 60대를 몰고 와 주일 한국대사관 앞에서 “이 대통령은 천황에게 사과하라” “한국인은 일본에서 나가라” 같은 구호를 외쳤다. 상호 국민감정을 자극하는 비(非)외교적 수사(修辭)는 자제하고 국가이성(理性)을 발휘해야 한다.

‘태평양 시대’를 맞아 한국과 일본은 긴밀한 협력을 필요로 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하는 이 지역의 대표적 민주국가로서 경제협력은 물론이고 북한의 핵개발을 막기 위한 지역안보 협력, 중국의 급부상에 대한 대응 등 양국의 공동 과제가 많다. 임기를 6개월 정도 남긴 이명박 정부나 중의원 해산이 임박해 ‘시한부 내각’으로 불리는 노다 요시히코 내각 모두 한일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

과거사를 슬기롭게 정리하고 미래로 나아가자면 피해국보다 가해국(加害國)의 사실 인정과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 새로운 한일관계의 출발점은 일본이 제국주의 시절 저지른 반(反)인륜적 범죄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정확한 역사인식이다.
#사설#독도#위안부#한일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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