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푸르메센터 같은 나눔이 세상을 바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일 03시 00분


뇌성마비와 청각장애를 가진 김 군(12)의 엄마 문 씨(47)의 하루는 오로지 아들의 치료 일정으로 차 있다. 문 씨는 매일 장애인복지관 두세 곳을 돌며 아들이 재활치료를 받도록 돕는다. 한곳에서 받으려면 재활병원에 입원해야 하지만 1, 2년씩 대기해야 하고 비용도 많이 든다. 문 씨는 “복지관 치료 역시 새벽부터 줄서기를 해야 한다. 그것도 대기자가 많아 한 시설에 최대 2년까지만 다닐 수 있다”고 말했다. 장애 어린이를 둔 부모들은 자녀의 재활치료를 받느라 이처럼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국내 병원들은 장애 어린이 재활치료실을 거의 운영하지 않는다. 재활치료의 수가가 낮아 병원 운영에 어려움을 주기 때문이다. 장애 어린이의 재활치료를 전담하는 푸르메재활센터(서울 종로구 신교동)가 이달 들어 본격 진료에 나선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이 센터에서는 물리 언어 작업 심리 인지 감각치료를 통합적으로 받을 수 있다.

센터 개소는 기부자 3000명의 나눔의 결실이어서 더 값지다. 고 박완서 씨를 비롯해 신경숙 조무제 박찬호 이영표 가수 타블로와 션 등이 힘껏 도왔다. 삼화모터스 SPC 이토마토방송 루이뷔통 등 중소·중견기업도 참여했다. 우리금융 신한은행 교보생명 SK텔레콤 등은 실질적인 도움을 줬다. 종로구는 용지를 제공했다. ‘천 원의 기적’ 운동에 공감해 하루 1000원씩 기부하는 일반 후원회원들이 가장 든든한 힘이다.

청와대 부근인 센터 옆에는 국립농학교와 맹학교가 있다. 장애인과 관련된 시설은 인근 주민의 기피 대상으로 알려져 있지만 장삼이사(張三李四)의 기부로 이런 시설이 세워졌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높아진 격(格)을 말해준다. 이 센터를 만든 푸르메재단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의 설립을 추진 중이다. 장애어린이가 통원치료뿐 아니라 입원치료까지 받을 수 있는 제대로 된 병원을 만들겠다는 게 목표다.

문제는 치료센터의 지속 가능성이다. 재활치료에는 돈이 많이 든다. 센터의 경우 연간 5억 원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기업과 시민의 기부 등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중앙정부 및 지자체는 공공의료의 범주를 확대해 민간 운영기관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정치인들의 번지르르한 말보다는 푸르메센터 같은 곳의 나눔 실천이 세상을 바꾼다.
#사설#푸르메센터#장애 어린이 재활시설#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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