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속출하는 깡통 상가는 또 어찌할 것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일 03시 00분


가격이 급락해 경매로 처분해도 담보 빚을 다 갚지 못하는 ‘깡통아파트’에 이어 ‘깡통 상가’가 속출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국내 6개 시중은행의 상가 담보대출 가운데 4분의 1은 경매에 넘겨 상가를 팔아도 대출금을 못 갚는다. 깡통 상가는 실물경기 침체와 소비 부진, 자영업자 증가 등의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최근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를 포함한 은퇴자들이 월세를 받아 생활을 꾸리려고 은행 돈을 빌려 상가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출을 받아 점포를 사서 창업에 나선 은퇴자도 있다. 정부가 지난해 가계부채 때문에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은행들은 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잡는 대출에 열을 올렸다. 상가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적용되지 않아 담보의 70% 이상까지도 돈을 빌려준다. 6개 시중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10년 8.0%, 2011년 11.9%로 각각 늘어난 것을 봐도 증가세를 알 수 있다.

경기 침체의 여파로 돈벌이가 시원치 않은 자영업자들은 상가를 운영해도 대출 이자조차 제대로 갚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에 몰리게 된다. 6개 시중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연체율은 5월 말 현재 1.44%로 주택담보대출 연체율(0.93%)을 크게 웃돈다. 저축은행과 같은 제2금융권에서 받은 대출까지 감안하면 상업용 부동산에 돈을 빌려준 은행권의 대출 부실이 더 심각할 수 있다. 비어 있는 상가가 늘고 경매 낙찰가가 계속 떨어지면 상업용 부동산 부실은 더 커지게 된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어제 가계부채 위험과 관련해 “연체율이 점차 상승하고 있어 경제 여건이 악화하면 위기 상황이 단기간에 급속히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당국은 실물경기 변동에 민감한 상업용 부동산의 대출 부실 가능성도 면밀히 감시하고 연착륙시킬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로 추락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경기 침체가 ‘소비 부진-부동산 침체-대출 연체 증가-금융권 대출 부실 심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책 당국이 선제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서민 금융을 활성화하고 생계형 자영업자를 위한 사회 안전망을 늘려야 한다.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4번째로 높다. 한계에 몰린 자영업자의 전업(轉業)을 지원하는 시스템도 조속히 보강해야 한다.
#깡통아파트#깡통 상가#베이비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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