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융권, CD금리 담합해 고객 이익 가로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9일 03시 00분


공정거래위원회가 18일 가계 대출 금리의 기준인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과 관련해 9개 시중 은행을 전격 조사했다. 그제는 CD금리 결정의 기초 자료를 제공하는 10개 증권사에 현장조사팀을 내보내 담합 여부를 점검했다. 공정위의 칼끝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금융권이 경기 침체와 부채에 시달리는 서민과 기업의 등을 쳐 뱃속을 불린 것이 사실이라면 상응한 제재를 받아 마땅하다.

CD금리는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의 이자를 정할 때 쓰는 기준 금리다. 금융투자협회가 10개 증권사에서 금리를 보고받아 산술 평균해 고시한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가계대출의 약 43.3%가 CD금리 연동 대출이다. CD금리가 높은 상태로 유지되면 가계의 대출이자 부담은 커지고 은행 수익은 늘어난다. CD금리 연동 대출로 2억 원을 빌렸는데 금리가 0.1%포인트 높게 책정됐다면 매년 20만 원의 이자를 더 물어야 한다.

금리 담합 의혹은 CD금리가 시장 금리를 반영하지 못하고 ‘좀비 금리’로 전락한 데서 비롯됐다. CD금리는 4월 9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석 달 동안 꿈쩍하지 않았지만 같은 기간 3년 만기 국채금리는 0.31%포인트 떨어졌다. CD 유통시장이 거래가 없어 금리를 결정하기 힘든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는데도 금융 당국은 이를 대체할 기준금리를 내놓지 않고 의혹의 불씨를 키웠다. 증권사들은 담합 의혹을 받자 CD금리 보고를 거부할 움직임까지 보이며 반발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시장이 납득할 만한 대체 금리 시스템을 내놔야 한다.

은행과 증권사들은 “담합으로 얻는 실익이 없다” “CD 발행과 유통이 분리돼 담합이 불가능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공정위가 미약한 근거로 무리한 조사를 벌였다면 금융시스템 전반의 불신을 증폭시킨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공정위는 증권사들이 CD금리를 결정하는 과정에 은행들이 개입했는지, 해당 금융회사들이 담합으로 금리 하락을 막고 대출이나 파생상품으로 부당한 이득을 챙겼는지를 철저히 조사해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한다. 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금융시스템의 근간을 흔들고 관련 파생투자 상품 손실에 따른 줄 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 공정위는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는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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