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곽노현의 끝없는 독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4일 03시 00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년마다 회원국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는 각국의 미래를 시사하는 상징적 지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9년 평가에서 중국의 상하이가 읽기 수학 과학에서 모두 1등에 오르고 미국은 중간 이하라는 결과가 나오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오늘 우리보다 교육을 잘한 나라가 내일 우리를 이길 것”이라며 공교육 개혁을 독려했다.

한국 학생들은 1998년 처음으로 이 시험에 참여한 이후 OECD 회원국 가운데 최상위권을 유지해 왔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게는 이 사실이 수치스러운 모양이다. 그제 PISA의 출제를 주관하는 로스 터너 전문위원을 서울시교육청에 초청한 자리에서 곽 교육감은 “높은 성적의 8할은 강요된 누적학습, 사교육비로 뒷받침된 학습시간의 결과”라고 말했다. 곽 교육감과 색깔 및 코드가 같은 자문위원과 보좌관도 “PISA 때문에 애들이 생고생을 한다” “PISA가 교육 획일화를 위한 기제가 된다”며 PISA와 한국 교육을 싸잡아 몰아세웠다.

PISA에 대한 곽 교육감의 인식은 매우 잘못됐다. PISA는 사교육을 많이 받고 선행 학습을 오래 했다고 해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시험이 아니다. 실제 생활과 연결된 문제를 출제함으로써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생산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가를 측정하는 것이 이 시험의 주요한 목적이다.

곽 교육감은 전면 무상급식, 학생인권조례 같은 교육의 본질과 무관한 사안에 관심을 쏟느라 학업능력 향상이나 평가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세계는 교육혁명으로 미래의 핵심 인재를 키워내는 데 공을 들이고 있으나 곽 교육감은 왜곡된 정치이념으로 서울 교육을 흔들어 댔다. 경쟁과 평가를 증오하는 곽 교육감 체제에서는 열심히 공부해서 미래의 삶에 필요한 경쟁력을 기르는 것이 오히려 경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실시한 16개 시도교육청 평가에서 서울은 작년과 올해 2년 연속 최하 등급인 ‘매우 미흡’을 받았다. 중3과 고2 학생들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전국에서 제일 높다.

곽 교육감은 2010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경쟁 후보자를 매수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 3000만 원을,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대법원 확정 판결을 기다리면서도 지난달 서울시교육청의 정기인사를 앞당겨 ‘사람 대못’까지 박아 놓았다. 대법원은 곽 교육감에 대한 재판을 조속히 마무리해 수도 서울의 교육 파행을 중단시켜야 한다.
#사설#곽노현#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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