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형제 정치’의 재앙, 역사의 교훈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30일 03시 00분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다음 달 3일 검찰에 출석한다.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구속 기소)에게서 2008∼2010년 수억 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가 검찰에 포착됐다. 미래저축은행과 코오롱에서 불법자금을 받은 정황도 드러났다. 검찰은 소환조사 후 이 전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한다. 그동안 그가 다른 여러 의혹에 연루됐을 때 서면조사만 받아 검찰의 소환은 처음이다. ‘임석 게이트’ 수사가 대통령의 형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사석에서 “명박이는 명박이고 나는 나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 권력의 ‘철칙(鐵則)’에 눈감은 발언이었다. 이 전 의원이 단순히 대통령의 형이더라도 주변에 ‘부나방’이 꼬였을 것이다. 그는 이명박 정권을 만든 일등 창업공신이다. ‘왕(王)차관’ 박영준 씨의 국정농단 배후에 그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그래서 대통령 형을 통해야 일이 된다는 ‘만사형통(萬事兄通)’이 유행어가 된 것이다.

본란은 일찍이 이 전 의원에게 ‘형제정치’ 종식을 위해 18대 국회의원 총선 불출마를 당부한 바 있다. 이 대통령에게도 형의 그늘에서 벗어나라고 주문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형제정치’에서 임석 게이트 같은 비극은 일찌감치 잉태된 것이다.

역대 정권마다 대통령 친인척 비리는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됐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은 비자금 사건으로 구속됐고 친인척과 측근도 비리 혐의로 교도소에 갔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아들들의 국정 농단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친형 노건평 씨와 가족의 불법자금 수수 사건으로 도덕성 추락의 쓴맛을 봐야 했다. 이 전 의원 관련 비리 사건은 이 정부의 도덕성 파탄에 정점(頂點)을 찍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친인척 비리에 대해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장담했지만 결국 공수표(空手票)를 뗐다. 검찰 수사로 이 전 의원의 비리가 확인되면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부끄러운 네포티즘(nepotism·족벌정치)의 한 장을 기록하게 되는 것이다.

검찰은 이번 기회에 철저한 수사를 통해 이 대통령 주변 인사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설거지 검찰’의 오명(汚名)을 벗어야 한다. 이 전 의원 외에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도 수사선상에 올랐다. 두 사람은 혐의를 강력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은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엄정하게 수사해 모든 의혹을 파헤쳐야 한다.
#사설#이명박#이상득#이상득 비리#청와대 비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