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배상훈]탈북 청소년 가슴에 대못질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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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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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최근 임수경 의원의 폭언으로 탈북자 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다.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탈북 청소년들은 정신적 충격 속에 목숨 걸고 찾아온 남한 사회에 대해 혼란을 느낀다고 한다. 선생님에게 ‘남한 사람들 모두가 탈북자를 변절자로 생각하느냐’고 물었다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차제에 탈북자 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어떤 생각과 공감대를 가지고 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임수경 의원 변절자 발언으로 충격

우선 ‘탈북’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오늘날 국제사회는 경제적 곤란이나 인권, 종교, 사상, 정치적 견해차로 국가를 탈출한 사람들을 더 각별히 보호하고, 그들의 정착을 최대한 돕고 있다. 억압과 박해를 떠나 자유롭고 안전한 세상을 찾아나서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이기 때문이다. 군사독재 시절 자유와 인권을 찾기 위해 저항했던 민주 인사들을 존경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굶어 죽기 싫어서, 김씨 세습과 억압이 싫어서 탈출한 탈북자들은 이제 보편적 인권과 인류애 차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품격 있는 선진 국가, 품위 있는 국민이 되는 것은 요원하다. 둘째, 탈북자들은 모두 우리 형제자매라는 사실이다. 이웃이 곤경에 처했을 때 돕는 것은 우리가 오랫동안 간직해 온 미덕이다. 기아와 빈곤으로 고통 받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인도주의 정신으로 지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낯선 곳까지 찾아가 힘든 사람들을 도울진대, 피를 나누고 같은 말과 역사를 지켜온 탈북형제의 어려운 처지를 나 몰라라 할 것인가. 그들은 단순한 난민이 아니다.

그렇다면 자유와 더 나은 삶을 찾아온 그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마도 첫째는 적극적인 ‘관심’과 따뜻한 ‘위안’을 보내는 것이다. 함께 살던 가족을 남겨두고 떠나온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인가. 한편으로는 북한에서 태어나 고생했다는 사실에 억울하고 원통해하며 한편으로는 이제 자유로운 남한 세상에서 안도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두고 온 가족 때문에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남한 사회가 자신들을 반겨주지 않으면 어쩌나 두려워한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따뜻한 마음에서 우러나는 위로와 공감이다. 탈북 과정에서 겪었을 육체적 고통과 심리적 상처를 하루빨리 치유해서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우리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첫 번째다. 다음으로는 그들이 자립(自立)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일방적 지원과 배려의 대상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힘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자존감을 느끼면서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진심에서 우러나는 위로 절실

그러려면 역시 교육이 중요하다. 오랫동안 이념과 체제가 다른 세상에서 살아온 그들이기에 더욱 그렇다. 특히 직업기술 교육을 적극적으로 권할 만하다. 실제적인 기술은 직업을 갖게 하고, 경제생활을 영위하면서 민주 사회의 건전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토대가 된다. 문제는 탈북 청소년 1700여 명 중에서 300명 정도가 정규 교육 제도 밖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이들까지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수가 정규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그들은 머지않아 통일이 되면, 분단됐던 양쪽을 연결하며 활약할 국가의 자산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탈북 청소년 교육에 헌신하는 교육자와 이를 돕는 남한의 젊은이가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변절자 폭언으로 상처를 주고, 이 사건을 정치적 득실로만 바라보는 저들보다 백배 낫지 않은가.

진정 탈북자들이 대한민국에 정착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기를 바란다면 이참에 탈북 청소년 학교의 일일 교사로라도 나서 보라. 그들과 마음으로 대화하고, 탈북 청소년 교육 종합계획 수립에 앞장서 보라.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탈북 청소년#임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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