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이재명]‘불편한 진실’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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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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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치부 기자
이재명 정치부 기자
불편한 진실 하나. “그 친구 착해.”

결코 좋은 뜻이 아니다. 똑똑하지도, 잘 생기지도, 특별히 칭찬할 거리도 없을 때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인상평이다. 요즘 젊은 여성에게 착하다는 평가는 오히려 굴욕적이다.

불편한 진실 둘. “난 그래도 뒤끝이 없잖아.”

성질을 버럭 내고 꼭 이렇게 말한다. 마치 상처 받은 사람이 옹졸하다는 듯. 여기에 한마디를 덧붙이면 상대방은 요즘말로 멘붕(멘털 붕괴의 준말) 상태가 된다. “난 이미 다 잊었어!”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이란 말이 널리 쓰이기 시작한 건 2006년 미국에서 같은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나온 이후다. 미국의 전직 부통령인 앨 고어가 출연해 지구 온난화의 위험을 충격적이면서도 재치 있게 다뤄 이듬해 아카데미상을 받았다.

하지만 곧이어 고어가 자신의 집에서 미국 평균 가정의 20배가 넘는 전기와 가스를 쓰고, 영화 내용도 과장됐다는 ‘불편한 진실’이 알려지면서 이 말은 더 유명해졌다.

최근 나온 책들의 제목을 보자. ‘언론이 말해주지 않는 불편한 진실’, ‘삼성 가의 불편한 진실’, ‘주식시장의 불편한 진실’, ‘깨끗한 공기의 불편한 진실’….

세상이 온통 불편한 진실투성이다. 숙명적으로 진실은 어느 정도 불편함을 동반한다. 진실이란 세상사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선의의 거짓말까지 모두 걷어낸 ‘날것’의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날것’은 사안을 명료하게 만들기에 불편함을 감수할 가치가 있다.

현재 민주통합당의 최고 ‘신상’은 단연 김두관 경남도지사다. ‘이장에서 도지사까지’로 압축되는 인생 스토리가 그의 최대 강점이다. 하지만 그가 대선에 나설 수 있는 근본이유는 야권의 열세지역인 영남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가 호남 출신이었다면 이장 할아버지라 해도 대선 꿈은 어림도 없다. 지역주의에 끊임없이 도전해온 그가 지역주의의 최대 수혜자가 될 줄이야….

그의 지지율은 최근 리얼미터 조사에서 2.8%였다. 인생 스토리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 김문수 경기도 지사는 억울할 수 있다. 같은 조사에서 지지율 2.0%로 별 차이가 없지만 당내에서 한 사람은 유력주자, 한 사람은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다. 왜? 김문수 지사는 끌어올 표가 별로 없다. 지역 세대 계층 어디에서도 확실한 지지층을 찾기 어렵다. 그렇기에 대선 후보 경선을 통해 표를 확장해야 한다는 비박(비박근혜) 측의 주장에 친박(친박근혜) 측이 오히려 네거티브로 표를 까먹을까 불편해하는 게 무리가 아니다.

김 지사는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의중을 파악하려면 독심술이 필요하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박 전 위원장만큼 예측가능성이 높은 정치인은 없다. 한다면 하고, 안 한다면 안 한다. 오히려 높은 예측가능성이 문제다. 그의 원칙이 때로 정치의 본질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경선과 관련해 ‘선수가 룰에 맞춰야 한다’는 그의 인식은 정치와 거리가 멀다. 정치는 룰을 만들고 바꾸는 게 업이다. 신뢰는 박 전 위원장의 최대 정치 자산이다. 하지만 국가 경영의 원칙과 신뢰의 원칙은 다른 차원이다. 이 또한 불편하지만 ‘날것’의 진실이다. 2500여 년 전 손자(孫子)는 “원칙만 고수하고 변칙을 모르면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융통성 없는 장수는 위험에 처한다”고 했다.

이재명 정치부 기자 egija@donga.com
#불편한 진실#박근혜#새누리당#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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