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고미석]저커버그가 부럽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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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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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석 전문기자
고미석 전문기자
28세 미국 청년의 소박한 결혼사진 한 장에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평생 쓰고도 남을 돈을 벌었고 하버드대 동창인 똑똑한 의사 아내까지 얻은 페이스북 창업자가 그 주인공이다. 영국 왕세자나 할리우드 스타의 호사스러운 결혼식쯤 되어야 매스 미디어의 주목을 받던 때가 불과 얼마 전이었는데, 세월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옮겨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청춘들이여,부러워하면 지는 거다

재벌 후계자도 아니고 자기 힘으로 세계적 부자 서열에 올랐으니 부모 잘 만나 그런 거라고 코웃음 치기도 힘들다. 그야말로 성공과 행복의 조건을 갖춘 듯한 마크 저커버그는 지구촌 곳곳 청년실업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동년배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정보기술(IT) 거물이 존재하지 않았던 아날로그 시대의 청춘이 요즘 세대보다 복 받았나 싶을 정도다.

인생에서 능력과 욕망이 합치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점차 줄어드는 것 같다. 엄청난 부와 권력을 거머쥘 수 있는 나이가 빠르게 앞당겨진 세상이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할 나이에 재계 거물로 등극한 저커버그는 어떤 이에겐 희망이, 어떤 이에게는 스트레스가 될 것이다. 그의 성공사례를 남들은 겉만 보고 부러워하는 반면 본인이 느끼는 바는 분명 다를 것이다. 안전한 진로 대신 두려움을 극복하고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해 얻은 성과이므로. 새파란 나이에 처음 창업한 회사가 상상조차 힘든 대박을 거둔 것은 그의 훈장이지만 그것이 평생 짊어질 족쇄란 생각을 구경꾼들은 할 수가 없다. 부러워하는 일은 별로 힘이 들지 않는다.

가진 게 없으니 뭐든 시작할 수 있고, 넘어져도 다시 시도하는 무모한 도전이 허용된 평범한 청춘. 저커버그는 얼마 전까지 그런 20대였겠지만 이제는 아니다. 이미 잃어버릴 게 너무 많고, 작은 실수 하나가 불러올 막대한 후유증도 걱정해야 할 위치가 되었다. 끝없이 자신의 성취를 뛰어넘어야 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숙제일 것이다.

취업과 결혼이 안 풀려서, 불투명한 앞날 때문에 고민하는 이 땅의 20대들이 덜 조급해하고 덜 자학하기 바란다.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부러움은 끝이 없고 실체도 없다. 장자에 보면 발이 하나밖에 없는 동물 ‘기’는 발이 많은 지네를 부러워하고, 지네는 되레 발이 없는 뱀을 부러워한다. 뱀은 형태가 없는 바람을, 바람은 움직이지 않고도 멀리 볼 수 있는 눈을, 눈은 사물을 보지 않고도 알 수 있는 마음을 부러워한다.

“성공해야 행복한 게 아니라 행복해야 성공이 찾아온다.” 하버드대 출신 심리학자 숀 아처는 현재의 처지와 능력, 환경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마음자세를 가질 때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더 나은 성적, 더 좋은 직장, 더 높은 자리를 얻은 뒤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지 말고, 먼저 행복하기로 작정하고 뇌를 훈련하라는 것이다. 그는 “하버드에 들어갔다는 성취의 기쁨이 고작 2주밖에 안 가더라”며 성공의 순간 사람에겐 새 목표가 생기는 만큼 지속적 행복은 외부 조건의 변화가 아닌 생각에 달려 있다고 했다. 그 첫 단추는 미래가 아닌 오늘을 잘 사는 것이다.

평범한 20대를 응원한다

최근 국제노동기구는 전 세계 청년 실업난이 2016년까지 개선되지 않을 거라고 전망했다. 생애 초반 강펀치를 맞더라도 상처를 토닥이며 꿋꿋하게 전진하는 것은 청춘의 의무이자 특권이다. 권투에서 한 대도 맞지 않고 이기는 선수는 없지 않은가.

‘나는 너를 토닥거리고/너는 나를 토닥거린다./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하고/너는 자꾸 괜찮다고 말한다./바람이 불어도 괜찮다./혼자 있어도 괜찮다./너는 자꾸 토닥거린다./나도 자꾸 토닥거린다./다 지나간다고/다 지나갈 거라고/토닥거리다가 잠든다’(김재진의 ‘토닥토닥).

고미석 전문기자 mskoh119@donga.com
#페이스북#저커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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