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허승호]공지영과 김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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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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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공지영 씨는 자신에게 트위터가 얼마나 중요했던지 최근 한 인터뷰에서 “트위터가 내 인생에선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다.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비키니 시위’ 독려에 사과를 요구한 그에게 역비난이 쇄도하자 ‘트윗 중단’을 선언했지만 딱 닷새 만에 복귀했다. 공 씨의 트윗은 작년 하반기 종편TV에 출연한 가수 인순이 씨에게 ‘개념 없다’, 김연아 선수에게 ‘연아 안녕’ 같은 화살을 날리면서 구설에 올랐다. 그는 지난 총선 때 ‘강남 타워팰리스 투표율이 78%’라는 근거 없는 말을 리트윗하며 야권 지지자의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가 사과했다.

▷공 씨는 그제 있지도 않은 ‘여수엑스포 흰돌고래 쇼’를 리트윗으로 비판하다 다시 궁지에 몰렸다. 그는 흰돌고래 쇼 논란에 대해 “내가 신문사냐. 알아볼 의무는 없다”며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투로 대응했다. 그러나 소설 창작이 아닌 사회적 정치적 발언을 하려면 당연히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 그를 따르는 수십만 팔로어를 위한 최소한의 의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봉순이 언니’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고등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도가니’ 등의 소설로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사회 이슈에 대한 무책임한 발언이 반복되면서 점점 실망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문학의 문법과 정치의 문법은 좀 다르다. 문학은 퇴고가 가능하지만 정치적 발언엔 그게 없다. 특히 트위터의 경우엔 더 말해 무엇 하랴.”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최근 쓴 책 ‘멘토의 시대’에서 공 씨의 트위터 활동에 대해 이렇게 논평했다. 공 씨에게 우호적인 강 교수는 조심스럽게 충고한다. “운동의 성공을 위해서도 반감에 대해 성실하고 진지하게 역지사지해 보는 성찰이 필요한 건 아닐까? SNS가 성찰엔 독이 되는 매체이기에 그럴 필요성은 더욱 큰 게 아닐까?”

▷나꼼수의 공개방송은 열렸다 하면 한때 수만 명의 청중을 끌어모았다. 스마트폰으로 이 방송을 한 번이라도 들은 사람이 수백만 명에 달했다. 인기는 뜬구름 같은 것인가. 23일 서울 한양대 축제에 참여한 ‘욕쟁이’ 김용민 씨의 강연장엔 고작 수십 명의 학생이 모여 그의 발언을 들었다. 공 씨는 나꼼수의 열렬한 응원자였다. 이 시대의 주목받는 작가로서 공 씨의 성찰이 있기를 기대한다.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
#공지영#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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