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 FTA 성과, 민생경제로 연결하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1일 03시 00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올해 3월 15일 발효된 지 두 달 만에 대미(對美) 수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3% 늘었다.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와 유럽연합(EU)의 재정위기로 한국의 총수출은 4.0% 감소했지만 한미 FTA 효과로 대미 수출은 크게 증가했다. FTA의 적용을 받아 관세가 낮아진 품목의 수출 증가율이 19.4%로 FTA 혜택이 없는 품목의 수출 증가율 6.9%에 비해 훨씬 높았다.

부산에 본사를 둔 아웃도어 신발 업체 트렉스타는 신발에 붙던 관세 2.7∼10.0%가 한미 FTA로 대부분 사라지면서 미국에서 주문이 몰리고 있다. 올해 미국 수출액이 지난해의 1.8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생산라인을 증설한 이 회사는 최근 생산직 36명 등 51명을 새로 채용해 직원 수를 25% 늘렸다. 경기도의 자동차 부품 및 광학기기 업체들도 미국 주문이 부쩍 늘어 기술 인력을 수시로 채용하고 있다.

올해 4월 초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국 투자설명회에서는 7개 미국 기업이 총 4억7800만 달러(약 5600억 원)의 투자 의사를 밝혔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대신에 FTA를 통한 ‘코리아 프리미엄’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프랑스의 자동차 부품회사 포레시아그룹은 한미 FTA, 한-EU FTA를 활용하기 위해 경북 영천 첨단부품소재 산업지구에 2100만 달러(약 250억 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내년에 공장을 가동하면 신규 일자리 300개가 만들어진다. 정부는 FTA를 통해 수출, 투자 증가로 일자리 창출 여력이 커진 일반기계, 자동차부품, 신발, 섬유업계가 실제로 고용을 확대할 수 있도록 고충 요인을 없애 줄 필요가 있다.

일반 국민도 한미 FTA 효과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한미 FTA와 한-EU FTA에 따라 관세인하 폭이 큰 30개 품목을 조사한 결과 오렌지주스, 맥주, 생수 등 일부 품목의 가격인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FTA로 생긴 이득을 수입업자나 유통업자가 독차지해 소비자는 소외됐다. 수입 품목의 유통 단계를 줄이면 가격 인하 여지가 커진다. 가격정보 감시를 강화해 중간 유통단계에서 터무니없이 가격을 올려 받지 못하게 해야 한다. 정부가 더 치밀하게 현장을 챙기면 가격 인하와 일자리 창출 등 FTA의 민생 효과가 커질 것이다.
#FTA#민생경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