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성석제]“생각하라, 바다를 지키는 사람을” - 4월 1일은 제1회 어업인의 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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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 소설가
성석제 소설가
우리나라의 어업 인구는 30만여 명인데 이들 가운데서도 매년 4월 1일이 자신들의 노고를 기리는 날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2011년 기준 가공을 제외한 어업 분야의 부가가치는 2조3천여억 원으로 대략 1080조원인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하지만 이런 수치만 가지고는 어업이 얼마나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어업은 육지에서 가까운 바다에서 조업하는 연근해 어업, 먼 바다에서 조업하는 원양어업, 양식업과 내륙에 있는 저수지 등에서 조업하는 내수면 어업 등으로 크게 분류되고 있다. 어떤 경우든 우리가 먹을 음식을 공급하고 다채롭고 황홀한 맛을 선사한다. 육지에서는 구할 수 없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영양성분이 바다와 어업에서 나온다는 것은 인류의 기원이 바다에 있음을 증명한다.

갯벌참굴·해삼 등을 양식하는 갯벌에는 농약과 화학비료를 뿌릴 필요가 없다. 가축 사육에는 옥수수, 밀, 대두 같은 곡물이 사료로 들어가면서 애그플레이션, 곧 세계적인 식량 가격 상승을 유발하고 있지만 참치, 넙치와 해조류 양식에 사람이 먹기에도 모자라는 곡물이 들어가지 않는다. 어업에는 온실가스, 산업 쓰레기 발생은 거의 없고 환경오염의 위험도 낮다. 해산물은 고지방, 고콜레스테롤에 의한 성인병 유발의 폐해도 적다. 어느 모로 보나 양식을 포함한 어업이 다른 식품산업에 비해 친환경적이고 국민 건강증진에 기여하는 식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건 분명하다.

그리고 맛이 있다. 바다의 해산물이 주는 맛은 인간의 뇌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인간의 본성에 가장 가까운 맛이다. 바다가 없고 어부가 없다면 음식점이나 요리사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우리는 바다와 어민이 그저 시골의 노부모처럼 언제까지고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고 건강하게 잘 있으면서 ‘고향의 맛’을 무한공급해주는 존재로 여겨 오지나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어업인은 급속히 늙어가는 중이다. 어업 종사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화율은 23.1퍼센트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2.1배 정도 높다. 어업으로 가계를 꾸려가는 어가의 소득은 전국 근로자 가구 대비 75퍼센트에 불과하다.

배를 타고 나가 물고기를 잡을 때의 사고위험은 다른 산업 종사자에 비해 훨씬 높은 편이다. 정책 의료 보험 보조는 있다지만 어업 현장에서 병원 자체는 멀리 떨어져 있다. 어선을 가지고 있는 대부분 어업 경영자들의 숫자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고 어선의 크기는 3분의 2가량이 2톤 미만으로 영세하다. 연근해의 어획량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으며 멀리 나간다 해도 다른 나라 어선들과의 치열한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같은 신흥경제대국의 신흥 고소득층이 고급 어패류를 선호함으로써 국제 수산물 가격이 앙등하는 ‘피시플레이션’ 현상까지 생기고 있다.

당면한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규모의 경제의 잇점을 누릴 수 있는 큰 어선, 신기술을 가지고 물고기가 풍부한 어장을 찾아나서야 한다. 하지만 어업인 개개인이 그런 일을 하기는 쉽지 않다.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먹는 어업에서 즐기고 체험하는 어업으로 적극적으로 전환함으로써 어민과 어촌이 살아날 수 있다. 부가가치가 높은 양식 신품종, 외해 가두리 양식 같은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정부와 정책이 선결할 과제다.

우리나라에서 해는 바다에서 가장 먼저 뜨고 바다에서 가장 나중에 진다. 어업인들은 누구보다 일찍 일터로 나간다. 해가 지고 나서도 집어등에 불을 밝히고 일한다. <등대지기>라는 노래의 가사처럼 ‘얼어붙은 달 그림자 물결 위에 차고 한겨울에 거센 파도가’ 치는 바다에서 연로한 어부들이 목숨을 걸고 홀로 싸우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오는 4월1일은 그들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생각하는 날, 제1회 어업인의 날이다.

성석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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