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당은 재벌을 ‘공공의 적’ 만들어 뭘 하려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1일 03시 00분


민주통합당이 어제 재벌의 경제력 집중 심화를 막는 공약으로 ‘재벌개혁 3대 전략 10대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상위 10대 재벌에 대해 출자총액제한제(출총제)를 부활하고 출자총액을 순자산의 30%까지만 인정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노무현 정부 때보다도 강화된 내용이다. 출총제는 1986년 도입된 이후 완화, 폐지, 부활을 반복하다 현 정부에서 다시 폐지됐다. 출총제가 대기업의 초대형 투자를 축소 또는 지연시키는 부작용이 컸기 때문이다. 이른바 진보 진영 경제학자들도 출총제를 유용한 정책 수단으로 보지 않는다.

민주당은 어제 발표에서 “재벌을 해체하거나 시장경제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대기업 때리기’가 서민의 환심을 사 선거에 유리한 측면도 있지만 중산층의 역풍(逆風)을 부를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정책은 통합진보당의 ‘맞춤형 재벌개혁 전략’을 일부 차용한 사실상의 재벌해체 구상이다.

이번 정책과제에 들어 있는 순환출자 금지는 재벌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하는 구조를 깨겠다는 의도다. 과거 정치권이 재벌 개혁을 외칠 때마다 꺼내든 카드였지만 순환출자 해소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 성사되지 못했다. 삼성그룹은 20조 원,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한진그룹 등은 각각 최소 1조 원 이상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비용을 들여 재벌의 출자구조를 바꾸겠다는 발상은 비효율적이고 무책임하다. 일본의 도요타자동차그룹 등 외국의 대기업집단도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지만 정부 규제는 없다.

민주당은 대기업집단을 막고 묶고 줄이고 간섭하겠다는 의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대기업집단을 공공의 적으로 규정한 듯하다. 노무현 정부 때 재벌 개혁은 현실적인 부작용으로 인해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이후 일부 정치인은 국정감사 때마다 특정 재벌을 겨냥해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엄포를 놓아 ‘재벌의 로비를 유도한다’는 말을 들었다.

민주당은 규제 기준을 만들면서 지주회사 부채비율은 200%에서 100%로 반 토막 내고, 상장기업의 자회사 손자회사의 지분보유 한도는 20%에서 30%로 올렸다. 정교한 검증을 통한 조정이라기보다는 탁상에서 숫자놀음을 한 인상을 준다. 재벌규제 강화는 재벌만이 아니라 기업 전반의 투자 활력을 떨어뜨려 일자리를 감소시킬 수 있다. 민주당은 재벌 규제의 효과와 함께 비용 및 후유증도 면밀히 검토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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