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경찰 ‘그들만의 갈등’ 정말 짜증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4일 03시 00분


지난해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및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다툼을 벌였던 검찰과 경찰이 이른바 ‘밀양 사건’으로 다시 갈등을 빚고 있다. 새로운 검경 갈등의 진앙은 경남 밀양경찰서 정모 경위가 지역 폐기물처리업체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창원지검 밀양지청 박모 검사로부터 수사 축소 요구와 함께 폭언과 협박을 당했다며 박 검사를 직권 남용과 모욕 등의 혐의로 경찰청에 고소한 사건이다.

이 사건에 관한 검찰과 경찰의 주장은 크게 다르다. 정 경위는 회사 대표가 범죄예방위원인 폐기물처리업자를 수사하면서 박 검사로부터 수사 축소 압력을 받았고 피의자의 변호인이 현지 지청장 및 지청 검사 출신이어서 전관예우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정 경위는 박 검사가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에게 욕설을 했다는 주장도 했다. 이에 대해 박 검사는 수사를 축소하도록 한 사실이 없고 정 경위가 표적수사를 해 무리한 수사를 못하도록 설득하면서 언성이 높아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경찰관의 검사 고소는 드물긴 해도 위법하거나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다. 따라서 통상적 절차대로 조사해 법대로 처리하면 된다. 그런데도 검찰과 경찰은 이 문제를 다른 사건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다루고 있다. 정 경위는 7일 고소장 제출과 동시에 경찰 내부 통신망에 고소 내용을 공개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즉시 고소인 조사를 마치고 해당 검사에 대한 소환 의사를 밝혀 사건을 키우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

검찰은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 갈등 때 경찰 편을 든 이모 의원에 대해 내사를 벌이자 경찰이 기획 고소했다는 의심을 언론에 흘렸다. 12일에는 한상대 검찰총장 지시로 창원지검이 나서 경찰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언론 브리핑을 했다. 일개 검사에 대한 고소 사건에 검찰총장과 지검까지 나서 “경찰이 대통령령을 무시하고 수사지휘 체계 자체를 거부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며 조직 차원에서 대응한 것은 부적절하다.

검찰과 경찰은 수사기관답게 법절차에 따라 사건의 진상을 가려야 한다. 사건 성격이 양대 조직의 자존심 싸움으로 번져 실체가 제대로 밝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경찰 조사와는 별도로 검경이 각각 박 검사와 정 경위를 감찰 조사하고 부족하면 특임검사에게 수사를 맡기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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